소설가 김정현씨 “한동안 ‘아버지’ 등 가족소설에 몰두… 이젠 독자들과 역사이야기 하고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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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정현씨 ‘황금보검’ 펴내

1973년, 경북 경주에서 하수관 공사 도중 신라시대 무덤이 다수 발굴됐다. 그중 한 고분에서 진골 귀족 차림의 남자 유골 2구가 발견됐고, 이 중 한 유골의 허리춤에는 서역풍의 황금보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소설 ‘아버지’(1996년)로 유명한 소설가 김정현(사진)의 신작 ‘황금보검’은 ‘이 보검의 주인이 서역 왕자였다면’ 하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언젠가 타클라마칸 사막의 석굴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 전시된 황금검의 양식이 경주 고분서 발굴된 황금검과 흡사하더군요. 유물의 연대로 볼 때 순장 풍습이 사라진 시기의 무덤이라, 무덤의 주인이 합장을 할 만큼 깊은 우정을 나눈 서역 왕자와 신라 장군은 아니었을까 상상의 나래를 폈죠.”

소설의 주인공은 ‘롭성’이라는 서역 왕국의 왕자 씬스라로프. 전란에 휩싸인 왕국을 뒤로하고 초원길을 따라 세상의 동쪽 끝, ‘황금의 나라’로 알려진 신라로 흘러든다. 천신만고 끝에 도달한 신라에서 그는 지증왕에게 ‘신라를 지키라’는 의미의 ‘신수라(新守羅)’라는 새 이름을 얻고 가야 왕족 출신 상화 공주의 호위장수로 봉해진다.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복속 원정에도 참여해 큰 공을 세운 그는 한때 상화 공주를 함께 흠모하며 경쟁 관계였던 신라의 청년 장군 유강과 가야 땅을 침공한 왜구 무리와 전쟁을 치른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가 발굴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을 그린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를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서역 땅의 왕자를 신라에 정착시킨 힘은 천년 제국 신라의 개방성과 포용의 정신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인간 존중과 호국 정신을 담은 계율인 ‘살생유택’과 ‘임전무퇴’도 신수라가 참여하는 전쟁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이려 했지요.”

‘아버지’ 이후 주로 가족소설에 주력해 왔던 김 작가는 2000년 중국 베이징으로 이사해 중국 역사를 아우르는 책을 쓰는 데 몰두해 왔다. “가족소설 작가라는 꼬리표가 이제는 좀 불편합니다. 10년 넘게 역사 공부를 했더니 이제는 가족소설 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당분간은 역사물만 쓸 겁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황금보검#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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