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의 마지막 논문, 영전에 바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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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양승만 KAIST 교수의 제자, 김신현 교수가 연구 마무리해 헌정

스승 故 양승만 교수. KAIST 제공
스승 故 양승만 교수. KAIST 제공

“양승만 교수는 지난해 9월 26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작고했습니다. 이 논문을 그에게 바칩니다.”

재료과학 분야 권위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지난달 16일자에 게재된 논문의 맨 앞장에는 이런 글귀가 실렸다. ‘백라이트 없이 총천연색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원리를 규명한 이 논문은 고(故) 양승만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당시 63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진행하던 연구. 양 교수의 제자이자 같은 과 동료인 김신현 교수가 이 연구를 이어받아 마무리한 뒤 그에게 논문을 헌정한 것이다. 논문의 교신저자가 표기되는 자리에는 ‘양승만’이라는 이름 석 자가 들어갔다.

양 교수가 마지막으로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보석의 일종인 오팔. 오팔에는 색소가 없지만 표면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여러 파장의 빛을 반사해 오묘한 색깔을 낸다. 그의 연구팀은 오팔의 표면을 모방해 자연광 중에서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만을 선택적으로 반사해내는 소자를 만들었다.

소자의 핵심은 소자에 골고루 섞여 있는 150∼25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아주 작은 유리구슬이다. 실험 결과 유리구슬의 크기에 따라 소자가 내는 빛의 색깔이 마치 오팔처럼 미묘하게 달라졌다.

제자 김신현 교수
제자 김신현 교수
김 교수는 “이들 소자로 디스플레이를 만들면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면서 “개발한 소자만으로 총천연색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북 등을 만드는 전자잉크 방식도 이와 유사하지만 흑백이 아니라 천연색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장점이다.

2009년 이 연구를 시작한 양 교수는 숨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 17일 논문 초고를 제출했지만 결국 논문의 정식 출간은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 때문에 김신현 교수 연구팀은 논문을 양 전 교수에게 헌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양승만#김신현#백라이트#차세대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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