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샤 주한 체코대사 “무하의 작품 모르면 체코 사람이 아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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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폰스 무하展 찾은 올샤 주한 체코대사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알폰스 무하-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을 찾은 야로슬라프 올샤 주한 체코대사는 “회화 포스터 광고 장신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한 무하의 총체적 면모를 만나는 전시”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알폰스 무하-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을 찾은 야로슬라프 올샤 주한 체코대사는 “회화 포스터 광고 장신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한 무하의 총체적 면모를 만나는 전시”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멋진 작품이 수두룩하지만 이 포스터들이 가슴에 와 닿는군요. 알폰스 무하(1860∼1939년)가 태어난 작은 마을에서 열린 전시 포스터(1913년)와 모라비아 지역 교사합창단을 위한 포스터(1911년). 해외에서 활동하는 명성 높은 아티스트가 기꺼이 고향 행사를 위한 포스터를 만든 거죠. 민속 의상을 입은 소녀를 통해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담은 것도 눈여겨볼 점이죠.”

최근 ‘알폰스 무하-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이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난 야로슬라프 올샤 주한 체코대사(49)는 전시가이드 못지않게 설명을 술술 이어갔다. “체코 사람이라면 작품을 보는 순간 그 이름을 댈 수 있을 만큼 무하는 근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입니다. 프랑스 파리로 진출해 성공을 거뒀으나 마음은 늘 고국에 두고 있었죠.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독립한 체코의 지폐와 우표 도안을 맡아 조국을 위한 상징적 선물도 남겼습니다.”

올샤 대사는 공상과학(SF)잡지 편집장, 출판인, 기자, 번역가 등 특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 15세 때 SF 문학을 접한 뒤 SF 마니아로 청춘을 보내고 30대 중반까지 SF 관련 직업에 종사했다. 벨벳 혁명으로 공산독재체제가 붕괴한 뒤 1992년 외교부에 들어간 그는 35세 때 짐바브웨대사를 지냈다. 2008년 한국에 부임한 뒤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을 비롯해 ‘프라하: 작가들이 사랑한 도시’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 등의 출간 과정에 참여했고 여행정보 사이트에 ‘체코를 말하다’ 칼럼을 쓰고 있다. 이 전시는 그에게 작곡가 드보르자크와 스메타나, 소설가 카프카를 배출한 문화강국의 또 다른 자랑거리를 소개할 절호의 기회다.

“외교에는 다양한 길이 있지만 저는 문화예술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란 경제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관심을 유발하고, 오래 지속하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독일과 러시아 틈새에서 수난을 겪은 체코, 중국과 일본에 시달린 한국. 올샤 대사는 양국 역사의 공통점과 더불어 차이점을 지적했다. 외국서 활동한 무하처럼 체코는 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외국 문화를 수용하는 등 열린 전략을, 한국은 정체성을 지키고자 문을 닫아거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 일찍부터 해외로 눈 돌린 체코인은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조선의 재개항 이후 1886년 한국에서 죽은 최초의 외국인 기자가 바로 체코 보헤미아 출신이고, 지구촌을 여행한 엔리크베 스탄코 브라스는 1901년 제물포를 통해 서울을 방문한 뒤 사진을 남겼습니다. 여행가 보후밀 포스피실은 1928년 반일 성향이 강한 동아일보를 찾아와 강연 주선을 요청해 특별강연에 대한 기사도 실렸습니다.”

꽃과 과일 등 자연에서 영감 받은 선과 색채의 축제를 펼친 무하. 그가 ‘아르누보의 아이콘’을 넘어 지금도 지구촌의 사랑을 받는 것은 체코의 자부심이다. 여유 있게 감상하겠다며 다시 전시장에 들어가려던 올샤 대사가 이 말을 덧붙였다. “혹시 고갱전 보셨나요? 두 전시에 이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똑같은 사진이 나와 당시 화단에서 무하의 존재감을 엿보게 하죠. 무하는 체코의 국민화가이자 프랑스 미국 독일 러시아 등을 무대로 활약한 세계적 작가입니다. 지역성과 국제성을 갖춘 글로벌 스타작가의 원조 격이죠. 그의 작품이 한국인의 마음에도 스며들기를 기대합니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1666-277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알폰스 무하#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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