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주 원장 “답 없는 연구를 하는 곳이 KIST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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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시야論’
“뇌과학 같은 국가 장기과제 전담… 가시적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연구”

KIST 제공
KIST 제공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 주는 곳입니다. 이런 문제는 1, 2년 연구해서 답이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아니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 연구소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맏형 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문길주 원장(사진)은 KIST란 이름은 많이 알려졌지만, 뭘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 “당연하다”고 답했다.

“우리 연구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TV도 만들고, 전자식 전화기도 만들고, 간디스토마 약도 만들고, 심지어는 공업용 인조다이아몬드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연구하고 있는 뇌과학 같은 분야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대중의 입맛에 딱 맞는 성과들이 안 나오니까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렇다고 섭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문 원장은 “출연연이라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기 때문에 뭘 연구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KIST는 종합연구소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출연연들과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출연연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문 원장은 “많은 분야에서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은 10위권 안에 들고 있는데, 과연 우리 출연연들이 해외 연구기관들과의 경쟁에서도 그런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며 “연구도 대한민국의 좁은 틀로만 보지 말고, 시야를 더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백신 연구처럼 개발도상국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연구를 한다면 자원 외교 같은 것을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소녀시대나 싸이처럼 문화로써 과학을 보여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 출연연들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들에게 연구원의 속사정에 대해 듣는 ‘원장이 말하는 출연연 톡톡(Talk Talk)’ 인터뷰 전문은 인터넷 ‘동아사이언스 포털(www.dongascience.com)’이나 스마트폰 ‘동아사이언스’ 앱을 통해 볼 수 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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