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참전용사 후손들 ‘진짜 사나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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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부대에서 일일병영캠프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방한 중인 6·25전쟁 유엔군 21개국 참전용사 후손들과 국내 대학생으로 구성된 ‘2013 유엔 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 단원들이 28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제3공수특전여단에서 낙하산 끌기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방한 중인 6·25전쟁 유엔군 21개국 참전용사 후손들과 국내 대학생으로 구성된 ‘2013 유엔 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 단원들이 28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제3공수특전여단에서 낙하산 끌기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Oh, my god. It's very scary(맙소사. 너무 무섭단 말이야).”

인간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11m 높이의 공수지상훈련장. 호기롭게 이른바 ‘막타워’(모크타워·모형탑)에 올라갔던 미국 참전용사의 후손인 어맨다 헤이스 씨(24·여)는 선뜻 뛰어내리지 못하고 두려운 듯 연신 소리를 질러 댔다.

“헤이스 교육생 준비됐습니까. 사랑하는 사람 이름을 외치며 낙하!”

조교의 우렁찬 구호와 함께 헤이스 씨의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막타워에서 비스듬히 50여 m의 거리를 하강해 착지하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헤이스 씨는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유를 찾은 듯 “뛰어내릴 때 아래를 내려다보면 안 된다”며 자기 나름의 비법도 기자에게 귀띔했다.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방한 중인 6·25전쟁 유엔군 21개국 참전용사들의 후손과 국내 대학생으로 구성된 ‘2013 유엔 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 단원들은 28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제3공수특전여단에서 이 같은 병영 체험을 했다. 이들은 이날 공수지상훈련을 비롯해 낙하산 끌기, 헬기 레펠 등 특전사 훈련에 참가하며 짧지만 강렬한 시간을 가졌다. 보훈처 관계자는 “어제(27일)는 비무장지대(DMZ) 견학을 통해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알게 됐다면 오늘 병영 체험은 한국군이 평소에 어떤 훈련을 통해 최강의 대비 태세를 갖추는지를 알게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복무를 마친 일부 국내 남자 대학생을 빼고는 대부분의 단원들이 군복을 입는 것도, 군부대에 들어오는 것도 모두 처음인 탓에 잔뜩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성 단원들은 녹색 군복과 베레모 차림이 어색한 듯 자주 거울을 꺼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병영 체험 입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자 금세 진지한 모습으로 변했다. 공수지상훈련을 무사히 마친 대학생 서연경 씨(21·여)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평소에 열심히 훈련하는 군인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화캠프 단원들은 병영 체험 직후 이날 오후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해단식을 갖는 것으로 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단원들은 그새 정이 많이 들었는지 서로 이별을 아쉬워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벨기에 참전용사의 후손인 쥐스탱 드네 군(17)은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할아버지가 목숨을 바쳐 한국을 지켜 냈던 것처럼 나도 앞으로 한국과 벨기에의 우호를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반태현 씨(24)는 “캠프 활동을 통해 6·25전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2013 유엔 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6·25전쟁 유엔군#참전용사들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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