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기마무사 갑옷 1600년만에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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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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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경주 황오동 무덤서 출토
3D기법 이용 철갑비늘 등 원형 재현

1600년 동안 파묻혀 있던 신라 기마무사의 갑옷(사진)이 제 모습을 찾았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류춘규)는 24일 “2009년 경주 황오동 쪽샘 지구 덧널무덤에서 출토된 갑옷을 철갑 비늘을 두른 원래 형태 그대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삼국시대 갑옷은 이전에도 복원된 적이 있지만 고구려 고분벽화나 조선시대 사료를 종합 유추해 만든 것이라 온전한 실물 복원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신라 갑옷은 출토 당시 보존 상태가 좋아 원형을 100%에 가깝게 되살린 첫 사례가 됐다.

이번에 공개된 비늘갑옷은 전체가 투구와 목가리개, 몸통가리개로 이뤄져 있다. 출토된 갑옷의 쇠로 만들어진 소찰(小札·비늘처럼 촘촘히 달린 가죽이나 쇳조각)만 1249개로 수습 자체도 쉽지 않았다. 연구소는 소찰 하나하나 번호를 매겨 일일이 정리한 뒤 먼저 3D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했다. 이후 조금씩 다른 모양을 지닌 소찰을 일일이 다시 만들어 출토품과 똑같은 배열로 갑옷을 지었다. 재현에 쓰인 소찰은 모두 1270개. 3년간 공들인 끝에 실제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되살린 셈이다.

완성된 갑옷은 그 생김새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과 전혀 달랐다. 일단 목가리개가 목에서 얼굴 쪽으로 목을 감싸듯 안으로 휘어져 있다. 이전에 확인된 삼국시대 갑옷은 반대로 마치 나팔이 입을 벌린 것처럼 바깥으로 퍼지는 형태였다.

몸통가리개도 특이하다. 이전 갑옷들은 허리 부분 소찰의 단면이 평평하거나 살짝 불룩했는데, 신라 갑옷은 요(凹)자처럼 안으로 움푹 들어간 모습이었다. 상반신 앞부분도 이전 것들은 가운데에서 여미게 제작되어 있는데 비해 신라 갑옷은 살짝 왼쪽으로 치우쳐 여미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복원에 참여한 황수진 연구원은 “원래 고위 무사의 갑옷은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옷’이기 때문에 주문자 요구에 따라 조금씩 모습이 다를 수 있지만 이 갑옷은 이전의 발굴이나 연구에서 비슷한 유형도 찾을 수 없어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1차 갑옷 복원을 마무리한 연구소는 현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팔다리 가리개도 이른 시일 내에 완성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무사갑옷과 함께 출토됐던 ‘말 갑옷’도 정리를 서둘러 전쟁에 나서는 기마무사의 갑옷 전체를 완성할 계획이다.

류 소장은 “이전에 옛 가야지역에서 출토됐던 갑옷과 비교 연구해 학술적인 성과도 얻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신라 기마무사의 갑옷#황오동 무덤#비늘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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