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의료한류, ‘꺼져가는 생명’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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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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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불가능” 판정 UAE소년, 왕실 제트기 타고 한국 와 완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화재로 회복 불능 판정을 받았다가 국내에서 치료받고 완치된 레시드 군(왼쪽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귀국 직전 밝게 웃고 있다. 치료를 담당한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뒷줄 왼쪽에서 첫 번째)와 레시드 군의 할머니 주와이나 씨(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도 함께했다. 오른쪽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레시드 군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는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화재로 회복 불능 판정을 받았다가 국내에서 치료받고 완치된 레시드 군(왼쪽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귀국 직전 밝게 웃고 있다. 치료를 담당한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뒷줄 왼쪽에서 첫 번째)와 레시드 군의 할머니 주와이나 씨(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도 함께했다. 오른쪽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레시드 군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는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인근의 사막 마을에 사는 레시드 군(9). 그는 지난해 10월 19일 이유를 알 수 없는 폭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이때 발생한 화재는 레시드 군 가족의 판잣집을 삽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화마(火魔)는 할아버지와 형의 목숨을 앗아갔다. 레시드 군은 이웃에게 구조돼 아부다비 알다이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저산소성 뇌손상, 호흡기 부전이 심각했다. 현지 의료진은 고개를 저었다. “희망이 없다(No Hope).”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린 건 대한민국이었다. 아이가 이름조차 몰랐던 나라.

아부다비 보건청(HAAD)은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의료 선진국에 치료를 의뢰했다. 한국이 재빨리 움직였다. HAAD 관계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의료 선진국은 UAE 환자를 거부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2, 3년 동안 중동 환자를 받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이 나서자 UAE 왕실도 레시드 군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 레시드 군을 서울까지 이송하는 데 왕실 제트기가 동원됐다. 이 덕분에 레시드 군은 화재 발생 약 24시간 만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기 중이던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즉시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레시드 군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산소증이 장시간 지속돼 뇌기능과 호흡기능이 모두 크게 떨어진 상태. 의료진은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화재 발생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다. 코에서 위로 연결하는 레빈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공급해야 했다. 심리치료와 재활치료를 2개월간 집중적으로 받았다.

입원 초기에는 화재로 인한 충격으로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던 아이. 지난해 12월에는 UAE 대사관을 찾아 외교관들 앞에서 말춤을 출 정도로 활기를 되찾았다. 드디어 올해 1월 중순, 레시드 군은 일반 여객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보건복지부는 14일 UAE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한국-UAE 의료협력 강화를 위한 심포지엄 및 의료 한류 홍보회’를 열었다. 복지부는 구체적인 성공 사례로 레시드 군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동에 부는 의료 한류바람 덕분에 레시드 군이 목숨을 구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병원이 환자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의료시스템의 현대화작업을 적극 도우면서 신뢰를 쌓았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정호원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UAE 등 중동은 의료 수출의 중요한 축이다.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의료한류#U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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