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노인 간병… 두 토끼 잡은 사회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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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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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창출 대통령표창 받은 부산의 ‘안심생활’

사회적기업 ‘안심생활’의 주부사원이 경남 양산시 서창지점에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할머니를 현대자동차가 지원한 휠체어 리프트 차량에 태우고 있다. 안심생활 제공
사회적기업 ‘안심생활’의 주부사원이 경남 양산시 서창지점에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할머니를 현대자동차가 지원한 휠체어 리프트 차량에 태우고 있다. 안심생활 제공
20여 년간 전업주부였던 고명숙 씨(51)는 3월 생애 첫 취업에 성공했다. 고 씨가 인생 2막을 연 일터는 홀로 살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돌봐주는 사회적기업 ‘안심생활’이었다. 거동이 힘든 노인들을 돌보며 그의 삶은 변했다. 베푸는 삶을 통해 받을 때보다 큰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고 씨는 “스무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런지 어른들을 모실 때마다 내 부모님 같다”며 “수입을 떠나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부산·경남지역에서 노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심생활은 17일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일자리 창출 유공자 시상식에서 단체부문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은 기업 가운데 사회적기업은 안심생활이 유일하다.

부산대 간호학과 교수들이 주축이 돼 2006년 설립한 안심생활은 2007년 노인요양서비스업으로는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안심생활이 지난 5년간 보여준 일자리 창출과 노인 간병 서비스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효과는 정부가 나서 표창까지 줄 만큼 놀랍다. 혼자 살거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심생활은 설립 초기 직원 수가 80명 안팎이었다.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이 늘어 전체 직원은 2010년 240명, 2011년 300명, 현재는 600명으로 늘었다. 안심생활의 서비스를 받은 노인도 누적으로 5만5000여 명에 이른다.

안심생활이 채용한 인력의 60%가량은 재취업의 기회가 많지 않은 50대 이상 중장년 여성이다. 김정순 안심생활 대표(부산대 간호학과 교수)는 “출산과 육아, 가사 때문에 고 씨처럼 자신을 잊고 살았던 중장년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고 일하는 기쁨과 자아실현의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안심생활이 5년간 보여준 일자리 창출 실험은 사회적기업, 지역사회, 대기업 등 3자가 함께 손을 잡았기에 가능했다. 우선 간호학과 교수들이 지도하는 요양서비스는 의료적인 부분과 함께 접목돼 전문성을 높였고, 여기에 부산시는 연간 1억 원의 유류비 지원과 인력교육을 맡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안심생활에 값비싼 휠체어 리프트 차량과 침대차 등 특수차량 18대를 기증했다. 그뿐만 아니라 임차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산 금정구 구서2동 현대차 사옥에 안심생활을 위한 사무실도 내줬다. 지난 3년간 지원한 금액은 50억 원을 넘는다.

현대차가 씨앗을 뿌리는 데만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글로벌기업이 쌓은 경영 노하우는 사회적기업이 조기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안심생활의 안살림을 맡는 경영본부장은 현대차 퇴직 임원이다. ‘셈’에 약한 사회적기업을 위해 현대차가 퇴직 임원의 임금을 지원하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토록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도 노사 갈등과 회계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기업으로부터 배운 경영 노하우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안심생활은 내년 200명을 더 채용하고 지점도 10여 곳 늘릴 예정이다.

정효진·강홍구 기자 wiseweb@donga.com
#안심생활#일자리#노인 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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