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1년만에 전학오는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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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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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송천초등교 교사 9人 “가족같은 학교 만들자” 기적

폐교 직전의 학교를 살릴 방법은 없을까. 경북 안동 송천초 정수원 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교사들은 이런 고민을 하다가 체험활동과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으로 전학생이 이어지는 학교로 만들었다. 송천초 제공
폐교 직전의 학교를 살릴 방법은 없을까. 경북 안동 송천초 정수원 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교사들은 이런 고민을 하다가 체험활동과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으로 전학생이 이어지는 학교로 만들었다. 송천초 제공

경북 안동시 외곽의 송천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22명(4학급)이었다. 마룻바닥이 삐걱거릴 정도로 건물은 낡았고 에어컨은 1대도 없었다. 6년 전부터 폐교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교육청의 시설비 지원이 끊긴 탓이었다. 그런데 올 들어 180도 달라졌다. 14명이 새로 입학했고 20명 가까이 전학을 오면서 전교생이 53명으로 늘었다. 내년 3월 1일자로 전학을 오겠다며 기다리는 학생도 10명 가까이 된다.

변화의 중심에는 교사들이 있었다. 이 학교에는 교사 7명과 교장, 교감 등 9명의 교사가 근무한다. 지난해까지는 교사 5명과 교장뿐이었지만 학생이 늘면서 교감도 배치됐고 교사가 2명 늘었다. 이들은 작은 학교니까 가능한 점을 찾아보자며 머리를 맞댔다.

큰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가족 같은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금요일에는 전교생이 발표하는 수업을 하고, 토요일에는 학교를 벗어나 문화유산 탐방이나 환경 관찰 등 체험활동을 하는 식이다. 학교 안의 넓은 텃밭은 가족 단위로 분양했다. 교육청이 공모한 녹색실천학교 등 시범학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학부모를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했다. 지난해 11월 학군 내 학부모 200여 명과 인근 지역 학부모 300여 명을 대상으로 ‘새 학교 설명회’를 열었다. 체험과 인성 교육에 초점을 맞춘 교육목표와 교사들의 열정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달쯤 지나자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음 학기에 이 학교로 전학 가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과도한 학습 경쟁과 사교육에 내몰리는 아이들을 안쓰러워하는 이들이었다. 전교생이 1000명 넘는 학교의 학생들도 찾아왔다.

학생이 늘면서 학부모의 직업도 농민 위주에서 공무원과 회사원 등 다양해졌다. 이들은 전에 없던 학부모회를 만들었다. 급식 당번 등 학부모가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행사는 없지만 월 2회 자발적으로 학교를 찾아 교사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대화한다. 손에 호미를 들고 자녀의 학교생활과 집안일을 소재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교사와 학부모가 동네 이웃처럼 가까워졌다.

올 초에 자녀를 이 학교로 보낸 김경미 씨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의 취향에 맞춰야 하고 모이기만 하면 사교육 얘기뿐인 학부모회에 회의감이 들었다”며 “변화를 모색하는 교사들의 노력에 반해 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50명을 넘자 폐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육청이 시설비를 다시 지원하면서 올해 모든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내년에는 화장실과 마룻바닥을 고칠 계획이다. 이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13일 발표한 ‘학부모 학교 참여 우수사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정수원 교장은 “교사와 학부모의 노력으로 학교가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며 “이 상태로 3년 정도만 유지하면 폐교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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