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기부천사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 2009년 KAIST에 300억 쾌척
아내 김삼열 씨도 50억 땅 발전기금으로 내놔

2009년 3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한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오른쪽)와 남편에 이어 50억 원을 학교에 기부한 김삼열 여사가 19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발전기금 약정식에서 기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KAIST 제공
2009년 3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한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오른쪽)와 남편에 이어 50억 원을 학교에 기부한 김삼열 여사가 19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발전기금 약정식에서 기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KAIST 제공
‘부창부수(夫唱婦隨)’라더니….

아내는 남편의 뜻을 그대로 따랐다. 남편이 재산을 KAIST에 기부한 지 2년 만에 아내도 50억 원 상당의 땅을 “과학인재 양성에 써 달라”며 같은 대학에 내놓은 것. 2009년 3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한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70)의 아내 김삼열 여사(61) 얘기다.

그는 19일 정오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서울캠퍼스에서 서남표 총장을 만나 5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발전기금으로 쾌척했다. 이 금액은 그동안 KAIST에 기부했던 사람들이 재기부한 금액 가운데는 최고 액수다.

김 여사는 “남편의 기부로 올해 5월 KAIST에 ‘김병호·김삼열 IT융합센터’가 착공되는 것을 보고 ‘남편이 국가 발전을 위해 큰일을 했구나’ 생각했다”며 “이번에 기부한 경기 남양주시 부동산(전답 2100m²)은 별장을 지으려던 곳인데 나눔에 쓰면 훨씬 가치 있을 것 같아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말 이 센터 완공 때 ‘깜짝 기부’ 하려다가 그동안이라도 KAIST가 기부금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게 좋겠다 싶어 서둘러 내놓았다”고 말했다.

남편인 김 대표는 고향인 전북 부안에서 17세 때 서울로 올라가 식당에서 음식배달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처음 불과 2000원으로 자동차 기름과 부품 판매점을 시작한 그는 이후 판매점 사업을 거쳐 26세 때인 1967년 시내버스 5대로 운수회사 지입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돈이 모일 때마다 경기 용인 지역의 땅을 사들였다. 김 대표 지인들은 “돈을 벌었지만 이쑤시개 한 개를 가로 세로로 잘라 8개로 만들어 쓸 정도로 검소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대표 부부는 ‘부지런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다(勤爲無價之寶)’라는 신조로 돈을 벌었지만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가치관으로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작고한 부친의 부의금을 친척 자녀를 위해 교육비로 내놨고, 2005년에는 고향인 부안군 ‘나누미 근농장학재단’에 10억 원을 기부했다. 또 1993년 TV에서 시신 부족으로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서울대병원장의 말을 듣고 자신과 아내, 아들 3명의 시신을 서울대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평소 아들에게 “부모 재산은 10원 한 장 기대하지 말라”고 가르쳐온 김 대표는 서 총장이 동아일보 인촌상 상금 1억 원을 비롯해 각종 상금과 강연료를 학교에 기부한다는 보도를 보고 KAIST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김 여사는 “아들 부부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국가 발전은 물론이고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 KAIST의 구성원을 생각하고는 (기부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