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렇게 작은 젓가락서도 제조업 희망 찾으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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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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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나무젓가락 만들어 中에 역수출 화제 제이 리 씨

미국의 유일한 나무젓가락 생산업체이면서 중국 수출로 주목받고 있는 조지아 촙스틱스의 제이 리 대표. 뉴욕=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미국의 유일한 나무젓가락 생산업체이면서 중국 수출로 주목받고 있는 조지아 촙스틱스의 제이 리 대표. 뉴욕=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미국 제조업체가 점점 문을 닫는 상황에서 중국이 독식하고 있는 나무젓가락을 미국 기업이 역수출한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우리 기업에서 미국 제조업의 희망을 찾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미국 조지아 주 남쪽 인구 1만7000명에 불과한 소도시 어메리커스. 직원 85명으로 북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나무젓가락을 생산하는 ‘조지아 촙스틱스’가 있는 곳이다. 이 회사에 요즘 미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포기해 온 저가 제조품 시장에 뛰어든 역발상이 신선한 데다 나무젓가락의 종주국인 중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기 때문.

이 회사 대표는 고교시절 미국에 이민 온 제이 리 씨(한국명 이재석·44)다. 그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 언론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 언론 인터뷰 때문에 일을 못할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미국산(Made in USA) 젓가락, 중국 식탁에 오르다’ ‘중국에 복수하다(Turn the tables)’라는 헤드라인으로 이 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CNN 폭스뉴스 NPR NBC에 소개된 데 이어 ABC 저녁 뉴스 앵커인 다이언 소여 씨가 직접 방문해 리 대표를 인터뷰했다.

1986년에 부모와 함께 이민 온 그는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뒤 지난해까지 미국의 고철을 중국에 수출하는 무역업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거래하던 중국 수입업자가 나무젓가락을 만들 나무를 보내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해왔다. 중국은 2006년부터 벌목을 금지해 왔고 러시아로부터 수입도 점점 여의치 않게 되자 미국에까지 목재 수입을 타진한 것.

“몇 개월간 조지아 주 산림을 훑고 다니면서 다른 곳에는 희귀한 나무젓가락 목재가 이곳에는 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미국인들은 나무들이 워낙 널려 있다 보니 아예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목재를 수출하기보다 아예 공장을 세워 중국에 팔기로 했다. 어메리커스 지역 실업률이 12%가 넘어 저렴한 유휴 인력이 넘쳐난다는 점도 감안했다.

“공장을 세우겠다고 하자 가족들과 지인들은 ‘정신 나갔느냐’고 하더군요. 지난해 10월 공장을 세운 뒤에도 손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인부들을 교육하는 데만 몇 개월이 소요되었어요.”

중국 수입업자에게 견본을 몇 번이나 거절당한 뒤 6월 13일 젓가락 450만 짝을 실은 컨테이너 6개를 중국 일본으로 처음 수출했다. 이날 리 대표는 직원들과 중국 음식점에서 축하연을 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현재 월 200만 짝을 생산하는데 연말까지 1000만 짝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정말 최악인 것 같아요. 이렇게 작은 회사에 이력서만 2000장이 들어왔고 15명이 취업대기 중이니까요. 제조업의 작은 불씨를 우리라도 살려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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