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동아 대표 “디지털로 아날로그 세상 보완… 히트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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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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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만 매출 150억원
성낙양 두산동아 CEO

“자기가 뭘 알겠어?”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은 출판사에 책 만드는 일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기 때문이었다. 2007년 4월, 성낙양 야후코리아 사장이 ㈜두산의 출판부문 대표(사진)를 맡았을 때다. 성 대표의 근무 경력은 삼성물산과 컨설팅회사 맥킨지, 액센추어, 그리고 야후코리아가 전부였다. 한국 최고의 교과서·참고서 전문 출판사 직원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성 대표를 채용한 두산그룹의 생각은 달랐다. 1985년 사들인 동아출판사는 적자를 보고 있었다. 정상화하려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성 대표는 “아날로그 출판사를 디지털 시대에 적응시키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처음 출근해보니 야후가 즐겁고 활기찬 놀이동산이라면 두산동아는 도서관이었다”고 했다. 두산그룹은 도서관을 놀이동산처럼 만들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성 대표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디지털로 방향을 잡긴 했다. 하지만 ‘학부모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재미있는 전자 참고서’ ‘즐기며 배우는 디지털 콘텐츠’식의 기획안은 다 거절했다. 그는 엔지니어와 협력사에 “우리는 부모에게 인정받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면 게임회사로 가라”고 선언했다.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장점이라고 본 것이다.

비효율을 잘라내는 데에는 거침이 없었다. 우선 재고를 쳐냈다. 그는 “5000부 이상 팔리지 않는 책은 인쇄하지 말자”며 일반인용 단행본 제작을 그만뒀다. 참고서 인쇄도 확 줄여 반품률을 업계 평균(30%)보다 낮은 20% 미만으로 낮췄다.

예컨대 경쟁업체는 ‘제 살 깎아먹기’라며 우려하던 전자사전 제작에 속도를 냈다. 영어 국어사전은 물론이고 몽골어 베트남어 등 수요가 적은 것까지 전자사전으로 만들었다. 종이로 찍는다면 재고 때문에 골치 아플 제2, 제3 외국어 사전이지만 인터넷과 온라인에서는 재고비용이 ‘0’이기 때문에 좋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렇게 만든 전자책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은 지금까지 283종. 올해 말이면 1000종을 넘어선다. 두산동아는 지난해 전자책과 스마트폰용 앱, e러닝 등 디지털 콘텐츠로만 150억 원을 벌었다. 전체 출판 매출(약 1400억 원)의 10%가 넘는다.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는 두산동아가 독보적이다.

성 대표는 “야후에서 배운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 세상을 대체하는 대신 보완하는 것이었다”며 “부모가 맘 놓고 ‘두산동아 콘텐츠라면 우리 아이에게 믿고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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