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만나보니 똑같은 친구 ‘낯선 사람’ 편견과 무관심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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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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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현고-경기여고생 등, 탈북청소년 사회적응 토론

4일 오후 청소년들이 모여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발표에 나선 재현고 석지원 최상준 윤완식 군, 탈북 대학생 김희용(가명·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씨, 경기여고 유문정 황지영 양(왼쪽부터).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4일 오후 청소년들이 모여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발표에 나선 재현고 석지원 최상준 윤완식 군, 탈북 대학생 김희용(가명·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씨, 경기여고 유문정 황지영 양(왼쪽부터).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우리를 너무 신기하게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들 앞으로 같이 살아갈 친구잖아요.”

2001년 중국을 거쳐 탈북한 고등학생 박영호 씨(21)는 친구들의 ‘낯선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남북한 출신 청소년 문화교류 보고회’에선 탈북 청소년들과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40여 명 등 100여 명이 모여 ‘탈북 청소년의 사회적응’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행사를 준비한 북한인권시민연합 윤현 이사장, 경기여고와 재현고 다문화 동아리 학생들을 비롯해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 탈북자 1호 박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등이 참석해 학생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발표를 한 경기여고, 재현고 학생들이 탈북 청소년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인권시민연합이 행정안전부 지원으로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문화교류 프로그램 덕분이다. 재학생과 탈북 청소년들은 함께 등산도 하고 농촌 체험, 공연 관람 등을 하며 서로 낯설기만 했던 서먹함을 떨쳐낼 수 있었다. 이날 학생들은 그동안의 만남을 통해 탈북 청소년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느꼈던 것을 발표하며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탈북 청소년을 주제로 한 웹툰을 제작하고 트위터를 통해 인터넷 소통을 늘리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지문에 북한 관련 내용을 넣는 등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재현고 학생들은 이날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18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불과 30%만이 실제 자기 또래의 탈북 청소년을 만나본 경험이 있었고 그나마 만나기 전에는 60% 이상이 “불쌍하다”, “관심 없다” 등의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제 이들을 만난 이후에는 44%가 “편견이 없어졌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를 맡은 재현고 2학년 윤완식 군(17)은 “막상 만나보니 우리와 똑같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들을 받아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관계자는 “탈북 청소년들이 지난주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규탄하는 집회를 먼저 열기도 했다”며 “괜한 오해 때문에 이들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에 대비해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경기여고 1학년 유문정 양(16)은 “그동안 우리가 탈북 청소년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학교에서 북한 인권과 탈북자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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