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직도 관광은 한가로운 비즈니스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이제 관광도 어엿한 산업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지난해 7월 귀화 한국인으로 한국관광공사의 수장이 된 이참 사장(56·사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그의 얼굴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30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사장실에서 만난 이 사장은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 중 7.6%, 전체 일자리 중 8%를 차지하는데도 국가 전체 예산 중 관광 부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27%밖에 안 됩니다(2010년 기준). 대개 다른 나라들에선 관광 관련 기구가 경제 부처 산하에 있어 산업적 대우를 받는데 비해 한국에서 관광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속해 한가롭게 문화적, 정서적으로 다뤄집니다. 한시가 바쁩니다. 다른 나라처럼 관광을 좀 더 ‘힘 있는’ 경제 부처에서 맡아 국가적 산업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문화부 산하기관장인 그는 “관광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문화부의 담당 공무원이 바뀌었다’는 말을 듣게 돼 장기 플랜을 짤 수 없다”며 현 관광 정책의 연속성 부재도 꼬집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그의 사장 임기는 2012년 7월까지다. 2010∼2012년 ‘한국 방문의 해’의 성패가 그의 어깨 위에 있는 셈이다. 갈 길이 바쁘니 마음이 타들어갈 만도 하다. 그가 최근 다녀온 싱가포르는 외자 유치를 통해 복합리조트시설들을 만들고 그 안에 카지노를 세워 GDP가 2%나 늘었다고 한다.
이 사장은 “‘한국식 B&B(Bed & Breakfast·아침식사가 나오는 민박)’를 시급히 법제화해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22∼24일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여러 관광 호재가 있지만 전국의 국내 관광호텔 객실은 6만7171실에 불과하다. 공사가 예상하는 하루 필요 객실 9만3990실에 크게 못 미치는 수다.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지만 호텔은 비싸고 민박집은 지방에만 있어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수용을 못할 지경이다.
“외국에서는 B&B가 발달된 것과 달리 한국에서 민박은 농어촌 소득 증대를 위해 농어촌 지역만 허용되고 있어요. 한옥 체험업은 숙박업이 아닌 편의시설업으로 규정돼 있고요. 외국인이 서울에서 잘 곳이 부족하면 기존 객실료가 높아져 결국 한국 관광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 사장은 외국인 숙박 지원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내놨다. “예를 들어 나이드신 어른들이 큰 아파트에서 사는 데 방이 남아돌아 놀립니다. 외국인을 홈스테이시키면 ‘일석이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숙박업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지요.”
그는 도심 내 호텔 신축을 유도하기 위해 주거지역에 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는 현행 법규도 융통성 있게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속출하는 미분양 아파트 일부를 호텔로 분양해 수익성을 올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관광 관련 창업을 돕기 위해 최근 공사 내 ‘투자 지원팀’을 신설한 이 사장은 내년에 50억∼100억 원 규모의 관광창업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관광산업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과거 온 나라가 매달려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을 키웠듯이 이젠 무한 가능성을 지닌 관광 분야의 벤처기업을 키워야 합니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잘 지원한다면 수 조원 단위의 부가가치를 지닌 제2, 제3의 ‘올레길’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