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찍은 사진’ 보신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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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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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꽃잎 하나하나 만져보고… 사람은 소리나는 곳 찾아 ‘찰칵’

2년째 상명대 시각장애인 사진 교실에 참여한 김경식 씨가 14일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 교정에서 안내견 ‘슬기’를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제 슬기는 사진 찍기에 익숙해져 주인이 사진을 찍을 때면 꼼짝도 않고 포즈를 취한다. 사진 제공 상명대
2년째 상명대 시각장애인 사진 교실에 참여한 김경식 씨가 14일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 교정에서 안내견 ‘슬기’를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제 슬기는 사진 찍기에 익숙해져 주인이 사진을 찍을 때면 꼼짝도 않고 포즈를 취한다. 사진 제공 상명대
“꽃은 꽃잎 하나하나를 천천히 만진 다음에 찍어요. 사람은 소리 나는 곳을 짐작해서 찍고. 비록 볼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먼저 인화할 수 있거든요.”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찍고 사진 전시회를 연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실제로 시각장애인의 사진 수업이 4년째 계속되는 곳이 있다. 상명대의 시각장애인 사진 교실인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은 1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올해 첫 수업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이 수업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김경식 씨(49)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다. 13세 때 녹내장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는 “13세 전까지 기억하던 색깔과 모양을 혼자 마음에 그리며 사진을 찍는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만져가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사진을 찍으니 처음에는 카메라에 제대로 담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10장을 찍으면 4장 정도는 쓸 만하다고 주위에서 칭찬한다”고 자랑했다.

볼 수도 없는 사진을 어떻게 간직할까. 김 씨는 “파일 이름을 자세하게 달아 나중에 기억한다”고 말했다. 찍은 장소와 시간, 그리고 대상을 시각장애인용 컴퓨터에 저장해 놓으면 언제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있다는 것.

그는 주로 화사한 꽃과 6년생 안내견 슬기를 찍는다. 하도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기를 꺼내면 이제 슬기가 움직이지 않고 포즈를 취할 정도다. 김 씨는 “올해 사진을 더 공부해 슬기를 찍은 사진집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상명대의 ‘마음으로 보는 세상’ 참가자는 총 10명이다. 6개월 수업 후 11월에는 전시회를 연다. 이 수업을 기획한 양종훈 상명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는 “마음으로 찍은 사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 수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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