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힘들었지만 한국 더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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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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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인도대사 등 12개국 외국인 35명 템플스테이
“마음의 평화 얻어… 한국문화 알릴 훌륭한 관광상품”

9일 새벽 충남 공주시 마곡사 법당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12개국 주한 대사, 대사관, 상공회의소, 관광청 직원들이 예불을 올리고 있다. 공주=박영철 기자
9일 새벽 충남 공주시 마곡사 법당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12개국 주한 대사, 대사관, 상공회의소, 관광청 직원들이 예불을 올리고 있다. 공주=박영철 기자
“양 발바닥이 허벅지 위로 오도록 결가부좌를 해보겠습니다.”

8일 오후 충남 공주시의 천년고찰 마곡사 화봉 스님의 말을 따라 다리를 접던 외국인들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부분 제대로 했지만 실패한 이들은 다리를 펴고 앉았다. 선(禪) 수행을 위한 호흡법 강의가 이어졌다.

“누워서 생각과 호흡을 배꼽 밑에 두세요.” 어디선가 나지막이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깜빡 잠들어 버린 것. 집중하고 있던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이 흘렀다.

스칸드 타얄 주한 인도대사 등 12개국 외국인 35명이 마곡사 선방(禪房)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이 행사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가국 대사 등을 초청해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과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했다. 에드문두 수수무 푸지타 브라질 대사, 마르타 오르티스 데 로사스 멕시코 대사 부부를 비롯해 12개국의 대사관, 상공회의소, 관광청 직원들이 참가했다.

8일 낮 12시경 절에 도착해 개량 한복으로 갈아입은 참가자들 앞에는 보자기가 놓였다. 스님의 설명에 따라 보자기를 푼 뒤 발우(鉢盂·스님의 공양 그릇) 네 개씩을 꺼내 크기에 따라 제자리에 놓았다. 밥과 반찬을 발우에 받아 젓가락만으로 식사한 뒤 청수(淸水)로 발우를 헹궜다.

식사를 마치자 스님은 “청수에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다같이 나눠 마시는 것이 절집의 법도지만 오늘은 봐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내를 돌았다. 안내를 맞은 혜전 스님은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했으며 1898년 백범 김구 선생이 출가해 원종이라는 법명을 얻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이 대웅보전의 싸리나무 기둥을 가리키며 “이것을 안고 여섯 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자 참가자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기둥을 돌았다. 타얄 인도 대사는 “인도에서 불교가 시작됐지만 한국은 독특한 불교문화를 이룩했다”며 법당 풍경을 꼼꼼히 카메라에 담았다.

타종 체험과 연등 만들기 등을 마치고 오후 9시 반에 잠든 참가자들은 다음 날 오전 3시 반에 일어나 예불과 108배를 올렸다. 횟수 세는 소리에 맞춰 참가자들은 절을 이어갔다. 쿠숨 타얄 인도 대사 부인 등 20여 명이 108배를 끝까지 마쳤다.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침 공양 뒤 일정을 마무리하는 차담(茶啖) 시간. 푸지타 브라질 대사는 “역사, 문화, 종교가 결합된 템플스테이는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훌륭한 관광 상품이다. 마음의 평화와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공주=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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