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선-절대악 ‘종교의 두 얼굴’에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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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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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로스트 심벌’ 내달 국내 출간… 작가 댄 브라운 美현지 인터뷰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다채로운 정보를 갖춘 댄 브라운 씨의 작품들은 쉽게 읽히지만 ‘비밀결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선악의
대결’이란 도식적 구조에 머물러 왔다는 지적도 받는다. 작가는 “사실상 세상 대부분의 이야기가 선악의 대결구조”라며 “괴물이나
신화적 상징에 가까운 악인을 설정해 현대적 의미의 신화를 창조해 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문학수첩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다채로운 정보를 갖춘 댄 브라운 씨의 작품들은 쉽게 읽히지만 ‘비밀결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선악의 대결’이란 도식적 구조에 머물러 왔다는 지적도 받는다. 작가는 “사실상 세상 대부분의 이야기가 선악의 대결구조”라며 “괴물이나 신화적 상징에 가까운 악인을 설정해 현대적 의미의 신화를 창조해 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문학수첩
‘사람이 신이 되려 하면 어떨까’
프리메이슨 조직의 비밀 파헤쳐


“대학생 때 가수로 한국 공연”
즉석에서 ‘아리랑’ 끝까지 불러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 씨는 전형적인 프레피 룩(preppy look·미국 동부 명문 사립학교 학생의 패션 스타일) 차림으로 23일 오전(현지 시간)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 도서관에 들어섰다. 미국 뉴햄프셔 주 엑서터에 있는 이 명문 고등학교는 브라운 씨의 모교이자 그가 소설가로 유명해지기 전까지 영어교사로 근무한 곳이다. 그의 작품에 자주 나오는 로버트 랭던 교수의 모교로 설정된 학교이기도 하다.

이날 인터뷰는 존 어빙, 피터 벤츨리, 고어 바이덜 등 이 학교 출신 유명 졸업생들의 책을 모아둔 열람실에서 진행됐다. 9월 미국에서 나온 지 하루 만에 100만 부가 판매된 그의 신작 ‘로스트 심벌(The Lost Symbol)’도 서가에 있었다. 6년 만의 신작인 이 책은 한국에서는 24일 1권이 번역 출간됐고 12월 초 2권이 나온다.

전 세계에서 8100만 부 이상의 책을 판매한 브라운 씨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워 보였다. 인터뷰 시작 전 불쑥 “한국에 ‘아리랑’이란 노래가 있지 않나요?”라며 즉석에서 아리랑을 끝까지 부르기도 했다. 한때 싱어송라이터로 음반을 냈던 그는 “대학생이었던 1983년 한국과 인도, 홍콩 등 아시아 여러 곳에서 공연을 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이라면 오랜 역사와 차분한 사람들, 그리고 난폭한 운전이 떠올라요.(웃음) 저는 ‘클래시컬한’ 음악을 했었는데 1980년대 후반 대세가 랩 음악으로 기울면서 자연히 외면받게 됐죠.”

그때의 불운이 현재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탄생시킨 셈이다. 그는 “글을 쓸 때도 리듬감,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배치를 중시하는 음악적인 요소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작가지만 2003년 ‘다빈치 코드’를 내기 전까지는 작가로서도 무명이었다. 그는 “‘천사와 악마’는 10년 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책이었는데 ‘다빈치 코드’가 성공하면서 새로 주목을 받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며 웃었다.

전작 베스트셀러인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에서 보듯 그의 작품들은 풍부한 인문적, 과학적 사실을 상상력으로 짜맞춘 음모론적 구조를 갖는다. 그는 “나는 음모론자라기보다 회의론자에 가깝지만 권력 이면에 숨겨진 것들에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얽힌 프리메이슨(중세유럽 석공들의 길드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져나간 비밀결사단체)의 비밀을 다룬 이번 신작도 전작들처럼 비밀결사조직과 사악한 악당, 이에 맞선 랭던 교수의 두뇌게임과 정교한 반전 등 스릴러 장르의 규칙들을 두루 갖췄다.

“‘천사와 악마’가 과학과 종교의 대결을 다뤘다면 ‘다빈치 코드’는 신이 사람이라면 어떨까를 살폈습니다. ‘로스트 심벌’의 경우 ‘사람이 신이 되려고 한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종교는 절대선과 절대악의 잠재력을 동시에 가졌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이번 소설에서도 프리메이슨의 역사와 노에틱 사이언스(Noetic Science·마음의 잠재력을 연구하는 과학) 같은 방대한 지식이 사건 해결의 단서로 등장한다. 미국 건국의 역사에 깊숙이 개입된 프리메이슨의 철학이 서서히 전모를 드러내면서 이야기는 반전을 향해 치닫는다. 그는 “작품에서 언급된 도시나 조직, 과학적인 내용은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들”이라며 “소설이라 하더라도 지식과 정보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의 독자들에게 읽히는 문학성 높은 책보다는 더 많은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현대적인 글을 쓰려고 하죠. 반전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독자가 원하는 단서를 주되,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끌어가는 게 키포인트예요.”

자료조사와 글쓰기에 하루 대부분을 쏟아붓는다는 그는 막대한 인세 수입을 올리는 지금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살던 집, 몰던 차도 그대로고 오전 4시부터 글을 쓰는 작업도 매일 똑같다고 했다. 차기작도 이미 준비 중이지만 말을 아꼈다. 그는 “정보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자료조사를 할 때도 위장한 채 도서관에 가고 자문에 응한 사람들에게도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다른 방식의 문학도 시도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나 분명한 건, 현재로선 지금의 방식으로 하는 글쓰기가 내 열정의 원천이란 점입니다.”

엑서터(뉴햄프셔 주)=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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