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 D-6]“여유 있으면 1m에 10원 거세요”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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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라톤을 즐긴다. 하지만 풀코스 완주는 일년에 두 번만 한다. 대회 출전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마라톤을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자신의 권유로 마라톤에 입문한 사람들이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그의 몫이기에 기록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문송천(55·사진) 교수는 잘하는 운동이 많다. 유도는 유단자이고 테니스와 축구는 동호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그는 마라톤이야말로 다른 종목과는 비교가 안 되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극찬한다. 그 이유는 “스스로 기적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기 때문”이란다.

●풀코스 16차례 완주… ‘나눔’ 동참

문 교수는 그런 마라톤을 혼자 하는 게 미안하다. 아픈 사람이나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더 미안해진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1m에 10원씩 42만1950원을 내놓는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완주를 걸고 기부를 약속받는다. 1999년 풀코스 대회에 처음 참가한 뒤 그동안 16차례 완주를 하는 동안 ‘1m=10원’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2000년 동아마라톤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850여만 원의 기부금 가운데 500만 원이 그가 모은 금액이었다.

●“마라톤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하고 싶어”

“런던 마라톤 같은 큰 대회에서는 엄청난 액수의 기부금이 모이잖아요. 1m에 1원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여유가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1m에 10원은 걸어야 됩니다.”

1991년부터 방학을 활용해 해외 파견 전문가 자원 봉사 활동을 해 오고 있는 문 교수의 마라톤 목표는 ‘서브 스리(3시간 내 완주)’도, 유명한 국제대회 참가도 아니다. 마라톤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고귀한 자의 의무)’가 실현되는 것이 그의 꿈.

“동아일보가 적극적으로 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세요. 스타들을 초청해서 기부금도 받고요. 마라톤을 통한 사회 변화, 충분히 가능한 일이거든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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