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규하 前대통령 영원히 떠나다

  • 입력 2006년 10월 26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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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엄수된 26일 오전 영결식장인 경복궁 앞뜰과 운구행렬이 이어진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추도 물결이 넘쳤다.

최 전 대통령이 비록 천수를 누리긴 했지만 현대사의 격랑속에서 헌정사상 '최단명 대통령'이라는 기록과 함께 역사의 비밀을 가슴속에 묻은 채 영영 떠나간다는 점에서 시민들도 못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애도를 표했다.

특히 최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자신을 격랑의 소용돌이로 몰고 갔던 1979년 10.26사태가 발생한 지 꼭 27년이 되는 바로 그 날에 열려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케 했다. 이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27주기 기일이다.

발인제는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장의위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0여분간 열렸다.

강릉 최씨 대종회 회장 최손규(82)씨는 "(최 전 대통령의) 자애로운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제 세상 원망, 근심, 걱정 모두 물려주시고 조상들과 함께 하늘나라 영화를 누리며 잠드소서"라며 격정적인 목소리로 조사를 읽어나가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흐느꼈다.

최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씨는 나흘 동안 빈소를 지키느라 지친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유가족을 대표해 조문객들에게 "더 이상 말씀드리기도 버겁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사했다.

운구 행렬은 오전 9시30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원남동 사거리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을 지나 경복궁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이어졌다.

경찰 사이카 28대와 순찰차 등의 호위를 받은 운구 행렬은 태극기와 영정을 앞세웠으며 최 전 대통령과 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홍 기 여사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 2대, 유가족과 친족을 태운 버스 등이 뒤를 따랐다.

운구 행렬은 오전 10시께 노무현 대통령과 전두환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관계 주요인사및 외교사절 등 추모객들이 모인 영결식장으로 들어섰다.

영결식장인 경복궁 앞뜰에는 아침 일찍부터 행사관계자들이 나와 영결식 준비에 분주했고 일부 시민들은 초청장 없이도 영결식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조문하기 위해 행사장 주변에 미리 나와 대기하기도 했다.

영결식은 최 전 대통령 내외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 2대가 경복궁으로 들어서면서 조악과 함께 시작됐으며 식순에 따라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고인의 약력을 보고했다.

한명숙 국무총리의 조사에 이어 전례에 따라 불교, 개신교, 천주교 성직자들이 각각 고인의 명복을 비는 종교의식이 치러졌다. 최 전 대통령의 생전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방영되는 동안 추모객들 사이에서는 흐느낌이 새나오기도 했다.

상주와 직계가족에 이어 노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등의 순으로 헌화의식이 진행됐다.

최 전 대통령 내외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는 경복궁 영결식장을 뒤로 하면서 대형 태극기와 영정을 앞세우고 추모객들과 이승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까지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최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지나는 경복궁 동문-동십자각-광화문-세종로터리-남대문-서울역-삼각지 일대에는 시민들이 길가에서 조의를 표했고 주변 고층빌딩 사무실에 근무하는 회사원들도 창문을 통해 운구행렬을 바라보며 고인을 애도했다.

장례식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거나 운구행렬을 보지 못한 국민들은 TV로 생중계된 영결식을 보면서 최 전 대통령과 마지막 작별을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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