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인 김지하(金芝河) 명지대 석좌교수는 이날 추모강연에서 “제 선생은 80년대 초 사회운동 흐름이 당시의 사회과학 중심에서 앞으로는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실제 20년이 지난 지금 예언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김 교수는 또 “가난한 이웃을 모시고 살았던 제 선생이 오늘 살아 계셨다면 가난 공동체 생명과 같은 핵심가치들이 존중되는 민중적 판이 더욱 활발히 벌어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성균관대 서중석(徐仲錫) 교수는 “제 의원은 빈자(貧者)의 등불이 되려 하면서도 양심인들이 꿈꾸는 종교적 유토피아를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억울하게 당하고 부당하게 뜯기는 사람이 없는 사회, 열심히 일하면 못 가진 사람도 같이 어깨동무하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제 의원이 꿈꾸었던 사회”라며 “이는 실현 가능성에 관계없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양심의 길이다”고 강조했다. 제정구 기념사업회는 제 의원의 가난한 삶과 공동체 정신 계승을 목적으로 구성돼 활동하던 ‘제정구를 생각하는 모임’과 ‘제정구재단 추진위원회’를 발전시켜 지난해 10월 문화관광부에 사단법인으로 등록, 정식 출범했다. 사업회는 이날 추모식에 앞서 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경남 고성군 고인의 묘소를 참배한 뒤 남해군 금산 보리암과 관음포 충렬사, 사천시 다솔사 등으로 이어지는 추모기행 행사도 가졌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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