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보다 열정이 재산이죠”…대아그룹 성완종 회장

  • 입력 2003년 2월 11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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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보다 가능성을 더욱 중시합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학벌’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대학 출신들. 그러나 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적극 채용해 성공을 거둔 기업 오너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대아그룹의 성완종(成完鍾·52·사진) 회장.

학벌보다 가능성을 더욱 중시합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학벌’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대학 출신들. 그러나 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적극 채용해 성공을 거둔 기업 오너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에 있는 대아그룹 성완종(成完鍾·52·사진) 회장.

7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 회장인 그는 지방대 출신이 아니다. 그런데도 1980년 모기업인 대아건설을 인수할 때부터 지방대생을 적극 채용하는 인사방침을 고집했다.

이로 인해 현재 대아그룹의 정규 직원 1200여명 중 70%가량이 지방대 출신이다. 올해 초 새로 뽑은 90여명의 신입사원 역시 지방대 출신이 70%를 넘는다.

성 회장은 “지방대생을 뽑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 회사에 대한 헌신이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중소기업을 찾는 명문대생이 거의 없어 ‘어쩔 수 없이’ 지방대생을 뽑았지만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훨씬 넘는 지금은 오히려 지방대생을 찾아다니며 채용하고 덧붙였다.

이런 성 회장에게 재고를 권유하는 주변 인물도 많았다.

“인맥에 좌우되는 우리 사회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충고도 있었고, “경쟁사회에서 다른 기업과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지방대생이 주축이 된 그의 기업은 ‘보란 듯이’ 20여년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성 회장이 지방대 출신 직원들의 ‘진가’를 확인한 건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정리해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당시 대아그룹은 1000여명의 직원 중 80여명만을 감원했다. 직원들이 앞장서 보너스 400%를 자진 반납하면서 거꾸로 ‘회사 구하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 직원들이 인력 낭비 없이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인사 방침을 기업의 성공비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성 회장은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돈 벌기에 나섰다. 낮에는 신문배달, 약국 심부름 등 닥치는 대로 했고 밤에는 공부에 매달렸다. 주경야독 끝에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친 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했고 막노동과 운수중개업 등으로 밑천을 마련하며 사업가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장’이 없던 성 회장은 마흔 가까운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미국 퍼시픽웨스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 경영대학원을 마쳤다.

“돈이 없어 공부할 수 없는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그는 1991년 서산장학재단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현재까지 100억원 가까이 출연한 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은 학생만도 3100여명에 이른다. 이 공로로 그는 11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현실적으로 학벌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개개인에게 잠재돼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건 바로 상대방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는 젊은이의 진정한 가치는 ‘현실의 점수’보다는 ‘맡은 일에 대한 열정’과 ‘미래의 가능성’에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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