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새희망]암 유전자치료법개발 고대 천준교수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05분


암 정복을 향한 의학자의 ‘집념’이 새천년 아침만큼이나 엄숙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千駿·40)교수.

98년7월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새로운 암 유전자치료법의 특허인증을 국내 의학자로서는 최초로 받아낸 그는 새천년 아침을 암정복에 대한 다짐으로 시작했다.

당시 천교수가 특허인증을 받은 유전자치료법은 ‘오스테오칼신을 이용한 치료법’. 이 요법은 ‘치료용 유전자물질’에 전립선암, 악성골종양 등에서 분비되는 ‘오스테오칼신’이란 물질을 추적할 수 있는 유전자 촉진제를 덧붙여 정상세포의 손상없이 암세포만 ‘선별공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내외 의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미국의 인증취득을 ‘드디어 해냈다’는 감격보다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다짐으로 받아들였다. 암정복을 향한 ‘여정’에는 아직 험난한 장애물이 산적해 있기 때문.

그는 ‘암치료법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95년 홀로 미국으로 가 버지니아대 암센터에서 2년간 연수을 받았다. 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서 밤새워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인류의 숙원인 ‘암정복’에 한발짝 더 다가서고 싶은 절박한 신념 때문이었다.

새 밀레니엄을 맞은 천교수는 그 ‘신념’을 실현시키는 구체적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식품의약국(F DA)의 허가를 받아 새 치료법의 독성여부를 검증하는 1차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난 데 이어 11월부터 본격적인 치료효과를 판단하는 2차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

천교수는 “3차 임상시험까지 무사히 마칠 경우 4∼5년 뒤면 일반 환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교수는 또 앞으로 마늘 등 항암물질이 다량 포함된 전통음식을 이용한 치료법과 유전자 치료법을 결합시킨 차세대 암치료법 연구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약속과 함께 지난해 10여개대 유전자치료팀 100여명이 ‘유전자 치료연구회’를 발족해 공동연구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국내 유전자 치료수준을 미국 등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21세기에 가지는 천교수의 유일한 꿈이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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