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합격 소녀가장, 선배온정에 대학문 「활짝」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선배님들의 은혜를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입학 후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2일 정오 서울 힐튼호텔 지리산룸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어렵게 대학에 합격하고도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인 후배에게 대학 선배 동문들이 장학금을 모아 전달한 것.

올해 연세대에 합격한 김경진(金庚辰·18·한양대 부속여고3년)양은 이날 연세대 동문들로 구성된 ‘무악로타리클럽’으로부터 2백5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김양은 아버지가 전신마비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고 어머니도 하반신이 마비돼 몸이 불편한 소녀가장.

김양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병원에서 아버지를 간호하고 집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인 남동생과 어머니를 돌보는 힘든 생활을 하며 올해 대학입시에서 연세대 인문학부에 합격했다.

그러나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월 30만원 정도의 생활보조비로 생계를 꾸려가던 김양은 2백50만원이나 되는 입학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지난달 26일 정기모임에서 김양의 딱한 소식을 전해들은 무악로타리클럽 소속 동문들은 즉석에서 1백50만원을 모금했다. 그래도 1백만원이 부족하자 선배들은 연세대 총동문회에 협조를 요청해 김양의 입학금을 마련했다.

연세대 총동문회 사무총장이자 무악로타리클럽 부회장인 임택근(任宅根·65)씨는 “김양을 위해 로타리장학재단에 매달 1백만원의 장학금을 신청했다”며 “김양이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동문들이 계속 관심을 가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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