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이용희박사]국제정치학계 탁월한 업적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3분


4일 별세한 이용희(李用熙)박사는 통상적인 학문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해박한 식견과 특유의 이론으로 수많은 후학들에게서 존경을 받은 국제정치학계의 태두다. 이박사는 3.1운동 당시 33인 중 한 사람이었던 이갑성(李甲成)선생의 차남. 40년 연희전문을 졸업한 이박사가 서울대 강단에 선 것은 정부수립 무렵인 48년. 이박사는 곧바로 자신의 학문적 방향을 국제정치학으로 결정하고 약소국의 입장에서 본 국제정치이론에 천착, 「권역이론」 「장(場)의 논리」로 불리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 특히 전후(戰後)의 폐허속에서 한복정장 차림으로 역사 철학 미학 종교 언어학 등을 종횡무진하며 「나」와 「민족주의」 사상을 설파하는 이박사의 강의실은 언제나 수강생들로 넘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박사의 활동영역은 대학강단에 머무르지 않았다. 5.16 직후인 61년 그는 중근동(中近東)파견 친선사절 단장을 맡기도 했고 62년에는 유엔총회 한국대표로 참석하는 등 「외도(外道)」를 하다 유신시절인 76년 통일원장관으로 발탁되면서 학계를 떠났다. 아호인 동주(東洲)라는 필명으로 「한국회화소사」 「일본속의 한국회화」 등을 집필한 미술사가로서의 면모도 이박사가 남긴 발자취 중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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