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초등교 「IMF토론회」…퍼붓는 질문에 교사도 당황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3분


『우리나라에도 은행이 많은데 왜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는 건가요』 『TV에서 우리나라가 망해서 돈을 빌려야 한다는데 그럼 우리는 거지가 되는 거예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5백5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최종합의 내용이 발표된 다음날인 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초등학교 6학년 난초반 교실. 아이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응률(李應栗·37)교사를 올려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IMF가 뭐예요』 『응. IMF는 여러나라가 모여서 돈이 없는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같은 곳이란다』 『왜 돈을 빌려주는데요』 이교사가 한 학생의 집요한 질문에 머뭇거리자 다른 한 학생이 거들고 나섰다. 『그야 당연히 이자를 받기 위해서지』 그러자 이번에는 박광성(朴光成·12)군이 『이자는 하루에 얼마씩 내야하는 거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교사는 『지금은 모르겠구나. 다음 시간에 가르쳐 줄게』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질문은 그치지 않았다. 『어른들은 우리나라가 회사처럼 부도가 났기때문에 돈을 빌려쓰는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백화점에 있는 외제품들은 무슨 돈으로 사온 거예요』 『앞으로 돈을 못갚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교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어른의 세계를 설명하려 했지만 학생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교사가 토론회를 마치며 「빌려온 돈을 어떻게 써야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박수영(朴壽泳·11)군은 명쾌한 대답으로 이교사를 놀라게 했다. 『부도난 공장이나 회사에 돈을 빌려주어 물건을 만들게 하고 해외에 수출하면 다시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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