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10돌]이한열군 부축 이종창씨

  • 입력 1997년 6월 10일 07시 47분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루었던 것들을 제대로 지켜가고 있는지 한열이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 뿐입니다』 6월 항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87년 6월9일 오후 5시경 연세대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전경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李韓烈(이한열·당시 연세대 경영학과2년)군을 부축했던 李鍾昌(이종창·31·당시 연세대 도서관학과 2년)씨. 이씨가 피를 흘리는 한열군을 부축하고 있던 장면은 당시 현장에 있던 로이터통신 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한국의 민주화투쟁을 상징하는 「생생한 기록」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씨는 자신도 6월 14일 전경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고 한열군이 누워 있던 연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실려가는 기연을 맺었다. 지금은 연대 상대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이씨는 『대학도서관을 학술정보센터로 발전시키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졸업후 공장 근로자로 일하기도 했으며 「전국도서관학과연합회」에서 추진하던 「바른 도서관운동」에 참여하는 등 나름대로 6월 항쟁 세대로서의 일을 계속해왔다. 이씨는 『매년 6월 추모식 자리에서 한열군의 부모님을 대할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에서 함께 누워 있다가 혼자 살아 나온 것이 어쩐지 빚을 진 것만 같아서였다』는 것. 존폐의 기로에 선 한총련에 대해 이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학생운동의 세대는 세월이 흐르면 바뀌게 마련입니다. 다만 지금 후배들은 학생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국민이 호응해주는 방법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지 않는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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