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SIGHT]최소 권력으로 최대 성과 내는 ‘미니멀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7일 2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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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등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한 기업 슈퍼셀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카 파나넨은 미니멀리즘 리더십의 대표 주자다. 그는 창업 이후 줄곧 “내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권력이 적은 CEO가 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파나넨은 재능 있는 직원을 영입하고 터무니없이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한 다음 어떤 제품을 만들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히트작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파나넨의 이 같은 믿음 덕분인지 슈퍼셀은 2010년 회사 설립 이후 10년 남짓한 기간에 20억 달러(약 2조6800억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슈퍼셀은 카리스마를 발휘하거나 위에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는 서비스 지향적 리더십의 이점을 잘 보여준다. 이런 접근 방식이 전통적인 리더십보다 더 나은 성과와 더 높은 참여도를 가져온다는 과학적 증거와 인상적인 재무 성과를 거둔 기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CEO는 눈에 잘 띄지 않고 관심의 중심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통제력을 덜 행사한다. 이들은 직원들을 빛나게 하고 자신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궁극적으로 더 강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한다. 그렇다면 미니멀리즘 리더십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네 가지 팁을 소개한다.

먼저 공유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방향을 잘 설정하고 직원의 참여를 이끄는 것이 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셀은 1일, 7일, 30일 게임 이용자 유지율과 같은 매우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개발팀은 게임 테스트 중에 이를 면밀히 따른다. 팀원 모두 어떤 지표를 살펴봐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관리자가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지를 매니저에게 묻지 않아도 된다. 이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이용자가 오랫동안 다시 찾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위해 파나넨의 표현을 빌리자면 ‘좋은 게임을 죽이기’도 한다. 슈퍼셀이 13년 동안 전 세계에 출시한 게임은 5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5개의 게임 중 4개의 게임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집중적인 접근 방식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두 번째는 직원들을 CEO처럼 생각하게 가르치는 것이다. 최종 책임자인 CEO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물론 중요한 전략적 결정은 CEO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 밖의 문제들은 그 문제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좋을 때가 많다. 이런 결정을 리더가 대신 내리면 직원들이 학습하고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CEO가 한발 물러서 있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직원들이 고민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마다 입이 근질거릴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 CEO에 대한 의존이 줄고 더욱 도전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 권한을 넘겨받은 직원들은 더 능동적이고 책임감 있게 일할 뿐만 아니라 누가 어떤 주장을 하든 최선의 의견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 번째는 직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해도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과거 슈퍼셀의 한 팀이 창업자와 임원 대부분이 버리고 싶어 했던 게임을 5개월 동안 개발한 적이 있다. 개발팀의 의견을 무시하면 회사의 독립적인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한 파나넨을 포함한 경영진은 이들을 지켜봤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때 개발된 붐비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6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블록버스터 게임이 됐다.

마지막으로 자유와 원칙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 미국의 음식 배달 회사인 도어대시에 80억 달러에 인수된 월트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경쟁사보다 일부러 더 느리고 꼼꼼하게 움직인다. 월트는 시간을 들여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팀을 찾은 다음 현지 리더가 해당 시장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거의 완전한 자유를 부여한다. 동시에 변해서는 안 되는 것, 전 세계적으로 통일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을 명확히 한다. 이런 접근 방식을 통해 CEO는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도움이 필요할 때 현지 팀을 신속히 지원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리더십도 미니멀리즘이 대세’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프랭크 마르텔라 핀란드 알토대 산업공학 및 경영학과 조교수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미니멀 리더십#최소 권력#최대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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