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축협상 왜 안 되나” 트럼프 2기 ‘한반도 대혼란’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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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월 9일 토요일 조지아주 로마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도착하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시 국방장관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이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제재 완화’ 협상론에 대해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군축협상론에 대해선 “난 ‘왜 안 되느냐’는 의견에 찬성하는 편”이라며 “한국이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갖는다면 미국도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 간 ‘더 평등한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주한미군 2만8500명이 여전히 필요한지, 아니면 변화가 필요한지 서로 솔직히 얘기할 때가 됐다”고도 했다.

밀러 전 대행의 발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전면적으로 전환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밀러 전 대행은 “개인 의견”임을 강조했지만 한마디 한마디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전반을 뒤집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 밀러 전 대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권 말기에 아주 잘해 줬다”라며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꼽은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재집권 어젠다를 담은 ‘프로젝트 2025’의 국방 분야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대북 재래식 방어를 주도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의 발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반도 인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북한에는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밀러 전 대행 역시 분담금뿐 아니라 한국의 ‘더 많은 책임’을 강조했고 ‘지역 안정을 위한 대타협’을 내세워 대북 협상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과거 논의가 불가능했던 여러 분야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맹의 힘에 의한 대북 확장억제라는 현 기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예고편으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이미 트럼프 1기의 대혼란을 경험한 국제사회는 트럼프 복귀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북핵을 머리에 인 채 미국의 핵억제력에 기대는 처지인 한국에도 크나큰 시험대가 아닐 수 없다. 무리한 요구에 동맹관계는 균열이 가고 북한과의 적당한 타협으로 북핵마저 묵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치밀한 전략 아래 그런 악몽의 현실화 가능성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치나 이념에 갇히지 않고 확장성과 유연성, 민첩성을 갖춘 외교력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군축협상#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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