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침수 때 대피 방법 숙지해야[내 생각은/경광숙]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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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집중호우로 오송 지하차도에서 많은 시민이 운명을 달리했다. 특히 버스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는 119구조대 등에서 40여 년 동안 안전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지하차도에서 승용차 및 버스가 침수하는 위급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다.

지하차도에 물이 갑자기 차오를 때 승용차는 차량 안으로 물이 들어오거나 옆 차량 바퀴가 반가량 잠긴 경우 엔진에 물이 들어가 운행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유리창과 선루프를 열어 탈출을 준비해야 한다. 침수가 이어져 타이어의 3분의 2가 잠긴 경우 무조건 차량에서 탈출해 대피해야 한다. 탈출 방향도 중요하다. 물이 유입되는 반대 방향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대형버스에 탑승하고 있을 때는 대처 방법이 다르다. 이번 사고의 경우 유리창을 깨고 대피하려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보다 더 시간적으로 앞선 대피가 필요하다. 가급적 출입구가 잠기기 전에 출입구를 선제적으로 열고 승객들이 대피하는 것이 좋다.

버스는 승용차보다 차체가 높다. 차체의 높이 때문에 이미 무릎 이상의 물이 차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대피하는 게 중요하다.

버스 출입문이 작동하지 않거나 출입문을 열고 나갈 수 없을 때는 직접 유리창을 깨고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침수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버스 밖 아래로 뛰어내리면 빠른 물살과 회오리 현상 때문에 대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무리해서 창밖으로 뛰어내리기보다는 버스 지붕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낫다. 우선 버스 지붕으로 올라간 후 눈에 보이는 다른 곳으로 대피하거나 난간 등 지지물을 잡고 구조를 기다리는 게 좋은 방법이다. 이럴 때는 혼자 행동하기보다 버스 기사 및 다른 승객들과 협력해서 도와가며 움직이면 대피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지하차도에 갑자기 물이 차오르면 누구나 당황하기 쉽다. 평소에도 대피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비상행동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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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광숙 (사)국가화재평가원 전문위원
#지하차도 침수#대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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