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로 생활인구 활성화를[기고/한창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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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고향을 떠나 생활한 지 오래됐지만 요즘도 가끔 고향을 방문한다. 기억 속에는 늘 정겹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지만, 하나둘 늘어가는 빈집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실제로 필자의 고향은 2021년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포함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9년 말 이후에는 전 국민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어 인구 집중도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수도권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다. 수도권 집중 문제 해소가 인구 감소 해결의 선결 과제인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인구 감소 지역에 연 1조 원 규모로 10년간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인구 감소 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고, ‘생활인구 제도’와 ‘고향사랑기부제’도 시작됐다.

생활인구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 새로운 용어다. 상시 거주하는 정주인구뿐 아니라 통근, 통학, 관광 등 지역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사람까지 포함해 새로운 인구 개념을 정립하자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지자체 간 정주인구 확보를 위한 소모적 경쟁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가와 일의 합성어인 ‘워케이션(Worcation)’, ‘두 지역 살아보기’ 등의 생활 패턴이 활성화되면서 생활인구 활성화를 위해 적극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생활인구 안착과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도 시작됐다.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자체에 연간 500만 원까지 기부하면, 지자체가 기부금을 주민복리 증진 등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이 주어진다.

애향심 등 정서적 호소만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 지역 특성이 반영된 매력적인 답례품과 기부자가 공감하는 기금사업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산품 외에 요트 탑승권, 템플스테이 할인권 등 해당 지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답례품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기부금 사용처도 지역주민 복지 확충을 넘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부금을 빈집 정비에 사용하고, 그 집을 ‘지역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고향사랑기부제가 생활인구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이면 지역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침체된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이 고향인 많은 국민에게 언제나 갈 수 있는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새로 시작된 생활인구 제도와 고향사랑기부제가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 지방을 살리고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방과 중앙이 머리를 맞댈 때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고향사랑기부제#생활인구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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