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램보는 하루라도 빨리 윌의 천재성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만, 숀은 다르다. 윌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게 급선무라며 맞선다. 제2의 아인슈타인의 출현이라고 흥분하는 램보에게 숀은 천재가 바른 인성을 갖추지 못했을 때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끼치는지를 역설하며 윌을 보호한다. 양부모로부터 여러 번 버려진 윌은 버림받는 게 두려워 자신을 도우려는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밀어낸다. 일부러 위악을 떨고 자신을 하찮게 만든다. 스스로를 사랑하기는커녕 자학하는 윌에게 숀은 ‘네 탓이 아니다’라고 말해준다. 심리학책에 적힌 문구가 아닌, 진심으로 한 땀 한 땀 뜬 숀의 위로는 윌의 꽁꽁 언 마음을 녹인다.
지난 일 년간 난생처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 부산에 와주면 된다기에 했는데 딱 하루가 아니었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학생들의 작품이 머릿속에 집을 지어 일주일 내내 마음은 부산에 있었다. 속았다. 원래 공부와는 담을 쌓은 성격이라 내 식대로 가르치다가 ‘사관학교를 대안학교로 변질시킨다’는 소리도 들었다. 점점 누렇게 떠가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예술가는 자기 작품만큼 자기 몸을 아껴야 한다는, 나도 못 지키는 잔소리를 했다. 감독 데뷔는 운이 70퍼센트다, 이번 생에 못 이루면 다음 생을 기약하면 된다며 위로 아닌 위로도 곁들였다.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나고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영화 속 윌과 숀의 작별 인사랑 똑같았다. 고마워하는 윌에게 숀이 답한다. “고마운 건 나야.” 이 지면을 통해 학생들에게 꼭 할 말이 있다. “얘들아, 담배 끊어라!”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