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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깜깜이에 지각 심사’ 밥값 못한 국회, 준예산 사태는 안 가야

입력 2022-12-03 00:00업데이트 2022-12-0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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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 문이 닫혀 있다.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법정 활동 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내년도 예산안 심사 합의에 실패했다. 뉴스1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 문이 닫혀 있다.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법정 활동 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내년도 예산안 심사 합의에 실패했다. 뉴스1
내년도 예산안 법정 시한 내 처리가 무산됐다. 헌법이 정한 법정 시한은 2일이지만 여야가 감액·증액을 놓고 “윤석열표 예산이네” “이재명표 예산이네” 하며 대치하고 있는 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까지 겹친 탓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며 8, 9일 본회의를 예고했지만 여야 합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산안 파행은 우리 국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2014년 국회법 개정으로 11월 말까지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법정 시한 내 본회의 의결은 단 두 차례뿐이다. 예산안 지각 처리는 연례행사가 된 것이다.

예산안이 며칠 늦게 처리되더라도 심사만 제대로 이뤄지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어차피 자동 부의될 것이니 예결위 차원의 심사는 건너뛰고 여야 극소수만 참여하는 예결위 소(小)소위에서 밀실 심사를 통해 뚝딱 합의를 이뤄내는 식의 관행이 반복돼 왔다. 올해도 겉으론 싸우면서도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한 개별 의원들의 막판 쪽지 민원 경쟁은 치열할 게 뻔하다.

예산안 심사 및 의결은 국회의 가장 큰 책무 중 하나다. 그런데도 예결위 차원의 공개 심사가 아닌 깜깜이 심사를 당연시하고, 개별 의원들은 쪽지 민원에만 관심을 쏟는다. 법정 시한을 넘기는 건 다반사가 됐다. 600조 원이 넘는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을 놓고 또 이런 행태를 봐야 한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여야는 “준예산 편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자체 수정안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며 책임을 전가하기 바쁘다. 그러나 준예산은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잠정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으로 새로운 사업을 위한 예산 집행은 할 수 없다. 미국으로 치면 연방정부 ‘셧다운’과 비슷하다. 헌정사상 중앙정부 차원의 준예산 편성은 전례가 없다. 야당 단독의 수정안 처리도 유례가 없긴 마찬가지다.

예산안 처리에 이 장관 거취, 이태원 국정조사 문제 등이 뒤엉켜 연말 정국은 혼돈 그 자체다. 가장 시급한 것부터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 준예산도, 야당 단독의 수정안 처리도 안 된다. 오로지 경제와 민생의 관점에서 정기국회 회기 전까지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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