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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한 해 힘겹게 보낸 가장에게 응원을[기고/김성일]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입력 2022-11-28 03:00업데이트 2022-11-28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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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지금 부모 세대인 중장년의 가장들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배우자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어야 하고, 노부모를 보살피며, 자녀를 돌보고, 직장에서는 중견 간부인 관리직으로서 상사와 동료 직원들과도 잘 어울려 지내야 하는 ‘4중고’를 그들은 겪고 있다. 지금의 중장년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사실상 마지막 세대이고 자녀로부터 부양을 거절당하는 최초의 세대일 것 같다. 매우 우울한 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2017년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에서 중년의 직장인 1000여 명의 삶의 애환과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우울증과 자살률은 증가하고, 직장에 속해 있으나 자신의 미래는 홀로 책임져야 하며, 집에선 바쁜 직장 일 때문에 가끔 얼굴만 비치면서 잔소리하는 ‘꼰대’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직장 일을 하다 보면 가족과 멀어지고 갈등도 생긴다. 그러나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이 둘은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쪽의 성공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시키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도 쉽게 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는 성과에 대한 압박, 부서와 거래처 관리, 업무 조정 등에 정신이 없고 끊임없이 급여 인상과 승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집에서도 다정한 가장이 되고 싶어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고민과 부담이 누적되고, 의욕 감퇴와 우울증이 심화되는 상황까지 맞게 된다. 가장의 ‘나 홀로 고민’이 커지면 가정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가장들이 위로 받을 곳은 사실상 가정뿐이다. 하지만 가장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얘기하기를 낯설어한다. 자신의 어려움이 다른 가족에게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도 하다. 하지만 배우자와 자녀의 관심과 위로가 가장들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40, 50대 가장은 자신의 갱년기와 노후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노부모와 자녀에 대한 부담에 말없이 힘겨워하고 있다. 물론 배우자의 이해를 기대하려면 직장에서의 당면 상황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배우자는 자신의 어려움과 요구 사항만 우선시하기보다는 가장의 말 못 하는 고충과 걱정을 함께 나누며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으로서 가족 부양에 힘쓰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지만, 어렵고 힘들 때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것도 배우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집에서 마음 편히 있지 못하고 밖에서 혼자 떠돌며 외로움과 노후 대책에 대해 고민하는 가장의 모습을 남의 일처럼 무심히 넘겨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의 행복이란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이다.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무엇이 좋았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이 좋은 것이다. 힘들 때 위안과 격려가 되고 없던 힘도 생기게 하며 위기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기도 하는 것이 이와 같은 가족의 굳은 연대감이다.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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