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뷰’를 남긴 세종보 개방과 해체 결정[광화문에서/유성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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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세종시에 ‘금강보행교’라는 랜드마크가 건설됐다. 1446m의 둥근 모양으로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전용 교량이다.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과 세종시 6개 생활권을 형상화해 교량 지름을 460m로 설계했고, 다리 길이는 한글이 반포된 1446년을 반영한다는 ‘스토리’도 입혔다. 국비 1116억 원이 투입된 공사는 3년 6개월이나 걸렸다.

금강보행교는 금세 핫 플레이스가 됐다. 시원한 ‘리버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소식에 개장 1주일 만에 10만 명이 다녀갔고,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히는 야간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한 세종시민은 기자에게 “서울의 ‘한강뷰’ 못지않은 ‘금강뷰’가 펼쳐진다고 해서 가봤는데, ‘강바닥뷰’가 심했다”고 아쉬워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한 고위 관료도 “낮이 아니라 밤에 가야 한다”고 촌평했다. 야경이 화려해 밤에 가는 게 더 좋다는 이유와 함께 “낮에는 강바닥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막대한 세금으로 지은 금강보행교가 ‘강바닥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원인으로 인근에 있는 세종보가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세종보 수문을 개방했다. 이후 금강 수위가 낮아졌고, 최근 가뭄까지 이어지며 강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세종시민들 사이에선 “세종보의 수문을 닫아 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해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뒤집었다. 지난해 1월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주민 반발을 고려해 해체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을 세울 때부터 도시기반시설로 계획됐다는 점이다. 폭 1km 이상의 한강이 관통하는 서울처럼 세종도 세계적 수변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패키지로 묶이면서 ‘전면 해체’라는 폭탄을 맞았다.

더구나 세종보는 금강 수위가 높아지면 저절로 흘러넘치는 수중보(水中洑)로 설계돼 일반 보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의견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희 현 세종시장조차 세종보 철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왔고, 이해찬 전 의원도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시간을 두고 판단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시장은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며 세종보 건설 계획에 관여한 전력도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의 세종보 철거 결정은 ‘MB 유산’을 지우는 데 휩쓸린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의 존치와 재가동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무턱대고 반대하기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를 만들었고, 노무현 정부가 세종보를 계획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유성열 사회부차장 ryu@donga.com


#금강보행교#세종시#리버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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