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재난’의 시대가 오고 있다[기고/홍정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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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KAIST 재난과학기술연구소 소장
홍정욱 KAIST 재난과학기술연구소 소장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지진 등이며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폭발, 환경오염사고, 감염병 등을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해마다 태풍과 홍수 피해에 더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포항지진, 해양기름유출, 선박사고 등 많은 재난을 겪은 바 있다. 그때마다 온 국민이 단합하여 극복해 왔다.

그런데 최근 지구적인 재난의 경향을 보면 이전과는 양상이 좀 다르게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설상가상이라는 옛말이 생각난다고 할까. 엎친 데 덮친 격의 재난중첩, 즉 복합재난이 일어나고 있다. 그 피해 또한 단일 재난보다 월등히 큰 상황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은 쓰나미를 일으켰고, 이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이 재난들은 복합재난으로 여겨졌다. 2019년 태풍 하기비스로 일본에 여러 제방이 붕괴하고 거의 같은 시기에 규모 5.7의 지진이 일어나 다시 한번 복합재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복합재난은 태풍과 지진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로나 거리 두기와 인원 제한은 이제 너무 익숙해졌으나 이것이 다른 자연재난, 사회재난 등과 함께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재난이 발생해 대피소로 피난한 인원이 과연 어떻게 거리 두기와 인원 제한의 규정을 따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최근 울진 산불로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해 대피 시설에서 공동생활을 했지만 코로나 확산은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은 효과적으로 제시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새로운 재난들이 우리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편서풍을 타고 오는 미세먼지, 일본의 방사능 누출, 빈번해지고 있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지진 발생, 분화 가능성이 우려되는 후지산과 백두산, 겨울철 가뭄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대형 산불, 국지성호우와 이상고온현상 등등. 우리가 한반도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만 봐도 참으로 다양하고 심각하다. 이와 더불어 196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건설된 대한민국의 도시 중 많은 수가 인구 감소와 쇠퇴를 겪고 있으며, 같은 도시 안에서도 많이 쇠락한 지역일수록 더욱 재난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국가가 각종 재난에 대한 대비를 완벽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증가하는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의 경향성을 파악하고,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의 주기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특히 재난이 중첩하는 복합재난에 대한 국가적인 각성이 필요하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복합재난의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관련된 국가재난 연구개발(R&D)의 방향과 로드맵을 보완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홍정욱 KAIST 재난과학기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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