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교과서 ‘강제연행’ 삭제… 이러면서 ‘미래지향’ 말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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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이 보유한 일본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독도가 자국 영토로 소개 돼 있다.  2017.2.14/뉴스1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이 보유한 일본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독도가 자국 영토로 소개 돼 있다. 2017.2.14/뉴스1
내년부터 일본 고교생이 사용하는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동원’으로 대체됐다. ‘일본군위안부’와 ‘종군위안부’ 역시 ‘위안부’로만 표기됐다.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의 영토’ ‘한국의 불법 점거’라는 억지 주장도 여전했다. 29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통과한 고교 2학년 이상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다. 일본 정부가 이러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는 부끄러운 과거사를 감추려는 일본 정부의 퇴행적 역사관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절 ‘종군위안부’나 ‘강제연행’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그것은 2014년 아베 신조 총리 시절 ‘역사기술의 통일성’을 내세운 검정 기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베 시절의 극우적 역사인식이 대외 온건파라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일본의 행태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한일관계 개선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을 내걸고 관계 복원을 다짐해왔다. 그제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서도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밀어붙이면 다른 문제들이 어려울 것 같지만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나온 일본의 도발적 조치는 새 정부의 대일외교 구상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한일관계는 지난해 일본의 새 내각이 출범한 이후에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해왔다. 이번 한국의 정권교체는 그런 한일관계에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장은 한일이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현안을 분리해 포괄적 관계 개선 의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역시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는 어떤 진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작금의 한일관계다. 역사를 직시하는 태도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일 것이다.
#日 교과서#미래지향#일본 교과서#강제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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