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의 국방부 신청사에 들어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청사를 먼저 검토했으나 공간 부족 등 한계 때문에 용산 국방부청사를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관저는 임시로 한남동 참모총장 공관을 이용하되 집무실 근처에 새 관저를 지어 이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청사로 이전되면 새로운 ‘용산 대통령 시대’가 열리게 된다.
윤 당선인의 탈(脫)청와대 결심은 확고한 듯하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그제도 “윤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0)”라고 밝혔다. 취임이 50여 일 뒤로 다가온 터에 그전에 집무실 이전을 마무리해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면 문재인 정부처럼 이런저런 검토 끝에 결국 포기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당초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해 기존 청와대 시설을 50% 이상 사용해야 하는데다 경호와 의전에 어려움이 많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어 결국 용산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국방부청사는 경호가 용이하고 지하벙커나 헬기장도 새로 만들 필요가 없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용산 이전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 국방부청사는 군 시설인 탓에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어서 새 집무실은 청와대 못지않은 구중심처(九重深處)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선인 측은 근처 용산공원을 소통의 장으로 이용하겠다지만 미군기지 이전과 공원 완성은 새 정부 임기가 끝나고서야 가능하다.
윤 당선인의 공약 실천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일단 북악산 기슭에서 도심 한복판으로 내려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물리적 이동이 국민 곁에 다가가겠다는 약속의 전부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혀 상시 쌍방향 소통 체제를 갖추는 등 국민과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런 노력이 없는 집무실 이전은 혈세 낭비와 국민 불편만 초래한 또 하나의 값비싼 ‘쇼통’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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