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산 대통령 시대’ 국민과의 소통 취지 무색해져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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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부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후 국방부 신청사 (오른쪽) 건물 모습.
국방부 부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후 국방부 신청사 (오른쪽) 건물 모습.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의 국방부 신청사에 들어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청사를 먼저 검토했으나 공간 부족 등 한계 때문에 용산 국방부청사를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관저는 임시로 한남동 참모총장 공관을 이용하되 집무실 근처에 새 관저를 지어 이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청사로 이전되면 새로운 ‘용산 대통령 시대’가 열리게 된다.

윤 당선인의 탈(脫)청와대 결심은 확고한 듯하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그제도 “윤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0)”라고 밝혔다. 취임이 50여 일 뒤로 다가온 터에 그전에 집무실 이전을 마무리해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면 문재인 정부처럼 이런저런 검토 끝에 결국 포기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당초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해 기존 청와대 시설을 50% 이상 사용해야 하는데다 경호와 의전에 어려움이 많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어 결국 용산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국방부청사는 경호가 용이하고 지하벙커나 헬기장도 새로 만들 필요가 없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용산 이전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 국방부청사는 군 시설인 탓에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어서 새 집무실은 청와대 못지않은 구중심처(九重深處)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선인 측은 근처 용산공원을 소통의 장으로 이용하겠다지만 미군기지 이전과 공원 완성은 새 정부 임기가 끝나고서야 가능하다.

윤 당선인의 공약 실천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일단 북악산 기슭에서 도심 한복판으로 내려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물리적 이동이 국민 곁에 다가가겠다는 약속의 전부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혀 상시 쌍방향 소통 체제를 갖추는 등 국민과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런 노력이 없는 집무실 이전은 혈세 낭비와 국민 불편만 초래한 또 하나의 값비싼 ‘쇼통’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대통령 집무실#용산 대통령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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