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檢·警·監 출신은 프리패스, 하나 마나 한 취업제한 심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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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퇴직한 공직자 가운데 취업제한 규정의 예외에 해당한다며 취업승인을 신청한 147명 중 126명이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와대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 출신들은 대부분 예외를 인정받았다.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경찰, 감사원 출신의 예외규정 심사 대상자는 전원 취업이 승인됐다. 검찰 출신도 대상자 6명 중 5명에 대해 예외가 인정됐다.

4급 이상 일반공무원 등 고위 공직자는 퇴직 이후 3년간 공직에서 맡았던 업무와 관련성이 높은 법인 등에 취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퇴직 전에 하던 업무와 취업하려는 기관의 업무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점이 인정되면 취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업무 연관성이 인정되더라도 취업을 승인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다는 점이다. 국가안보상의 이유,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 전문성이 증명되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작은 경우 등이 취업제한의 예외 사유다. 그 취지를 고려하면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 최소한의 예외만 인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데 예외 규정을 활용해 취업에 성공하는 퇴직 공무원의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취업심사를 통과한 전체 퇴직 공무원 중 예외 규정 적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27.5%다. 지난해 13.9%보다 약 2배, 2016년 8.2%에 비해선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예외’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피아(해양수산부 마피아)’ 문제가 부각된 뒤 취업 제한 대상 기관을 대폭 늘리는 등 제도를 강화했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크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퇴직한 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목적은 공공기관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예외가 폭넓게 인정되면 취업 제한 제도는 무력화되고, 전관예우와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더욱이 이른바 ‘힘센 기관’ 출신들이 취업심사를 사실상 프리패스 한다면 법에 따라 취직을 못 한 다른 퇴직자들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취업 제한의 예외 사유를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해 남용을 막고, 엄격한 잣대로 심사를 진행해야 퇴직 공무원 취업을 둘러싼 공정성·형평성 논란을 막을 수 있다.
#공직자#프리패스#취업제한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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