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한국 1위 부자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7-31 03:00수정 2021-07-3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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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첫 직장은 삼성데이타시스템(현 삼성SDS)이었다. 컴퓨터 언어를 배우며 부업으로 PC방을 했다. 이때까지 그의 비즈니스 모델은 컴퓨터였다. 이어 온라인 게임사이트 한게임을 창업하고 NHN 대표가 된다. 주력이 컴퓨터에서 인터넷으로 바뀐 셈. 다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들며 모바일에 뛰어들었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순으로 꾸준한 변신이 그를 한국 1위 부자로 만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 시간) 김 의장의 순자산을 134억 달러, 약 15조4000억 원으로 집계했다. 기존 재산 1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1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 들어 카카오 주가가 90% 오르면서 김 의장 재산은 60억 달러 이상 급증했다. 외신들은 자수성가한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의 스토리를 한국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의 한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같은 벤처 신화가 나오자 각별한 의미를 두는 것 같다.

▷2000년대까지 한국 부자 순위는 거의 고정이었다. 삼성 현대차 롯데 등 대기업 오너들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후 가세한 부자가 김 의장을 비롯해 서정진 셀트리온 전 회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비전제시 최고책임자(CVO), 김정주 NXC 대표, 김범석 쿠팡 의장 등이다. IT 바이오 기업인들이 단기간에 한국 부자 10위권의 절반을 바꿔 놨다. 한국의 산업 변신이 놀랄 만큼 빠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로는 미국 석유사업가 록펠러가 꼽힌다. 현재 가치로 재산이 500조 원에 육박했다. 기자가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충분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조금만 더(Just a little more)”라고 답했다. 돈 자체보다 사업 확장을 뜻한 듯하다. 수십 년간 한국 최고 부자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위기’와 ‘변화’를 입에 달고 살았다. 김 의장은 “다른 혁신가들의 여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혁신을 업(業)으로 삼는 기업가들이 1위 부자가 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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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에게 한국 1위 부자는 남의 일이다. 하지만 부자는 되고 싶다. 수십억 자산가도 남들이 자신을 부자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고, 그보다 재산이 적은데 스스로 부자로 느끼는 사람이 있다. ‘돈 철학자’로 불린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도록 해줄 정도의 재산을 가진 사람’을 부자로 정의했다. 사람마다 부자로 만들어줄 재산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 재산이 얼마이든 스스로 부자로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야 한다.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와 사회 몫이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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