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서울문고 부도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6-18 03:00수정 2021-06-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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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은 지난달 말 워싱턴주 커클랜드에 새 오프라인 매장 문을 열었다. 1994년 아마존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어 1996년 1046개였던 매장 수는 현재 607개. 2년 전 취임한 제임스 던트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서점 문을 닫아야만 했던 기간을 지역 맞춤형 매장으로 변신시키는 기회로 삼았다. 동네와 주민 특성에 맞게 서가의 구성을 다르게 하고 올여름에는 3개의 매장을 추가로 더 낸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서점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으로선 먼 나라 이야기다.

▷그제 반디앤루니스 서점을 운영하는 국내 오프라인 3위 서울문고가 최종 부도 처리됐다. 서울문고는 198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 지하 아케이드에 1587m²(약 480평) 규모로 처음 선보였다. 1980년대 김홍신의 ‘인간시장’ 등 밀리언셀러의 등장과 함께 교보문고(1981년) 서울문고 영풍문고(1992년)가 들어서던 시기가 국내 서점업계의 황금기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등 유명 예술단의 내한공연 주요 예매처도 서울문고였다.

▷국내 오프라인 서점은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책 8000여 권을 터널로 꾸며 복합공간을 표방했던 서울 을지로의 ‘아크앤북’마저 지난달 16일 경영난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서울 망원동의 중형서점 한강문고, 배우가 운영하던 합정동의 ‘책과 밤낮’도 폐업했다. 한강문고가 문을 닫으며 걸어둔 안내문에는 ‘시장 변화와 오프라인 독서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쓰여 있었다.

▷오프라인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지금은 책도 독자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다. 아마존이 ‘항생제, 전기와 함께 인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며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내놓은 게 벌써 14년 전이다. 20, 30대는 모바일 기기에 수만 권의 책을 넣어 들고 다닐 수 있는 전자책을 선호한다. 요즘엔 오디오북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책을 귀로 ‘듣는다’. 운동하거나 이동 중에 들으면 책 한 권이 뚝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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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세계의 이름난 서점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온라인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오프라인 경험’이다. 1906년 문을 연 포르투갈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입장료가 있는데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끼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일본 쓰타야 서점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지역마다 최적화된 콘텐츠를 큐레이션한다.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도쿄 다이칸야마 쓰타야의 음반코너 소파에서 LP음반을 듣는 것은 ‘나만의 경험’이 된다. 국내에도 서울 스틸북스와 속초 동아서점 등이 나만의 특색을 시도 중이다. 사람이든 서점이든 ‘나다움’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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