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충현]지표만으로 경제 오진하면 국민들 속병은 깊어진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입력 2021-05-15 03:00수정 2021-05-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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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 경제부 기자
“우리 경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더욱 강한 경제로 거듭나고 있다.”(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가계소득은 높이고 가계지출 부담은 낮췄다.”(5월 7일 기획재정부 문재인 정부 4주년 경제평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과 기획재정부가 지난 4년간의 경제 정책에 대해 내린 평가다. 1년 넘게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계와 기업의 경제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진단은 놀랄 만큼 후했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는 그 나름의 근거가 있다.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 기저 효과와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날개를 단 수출 실적 등이다. 하지만 부진한 고용시장과 악화한 분배지표, 치솟고 있는 물가와 집값 등 국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정부의 경제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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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런 세간의 비판을 알고는 있다. 그런데도 경제 성과를 포장해 내놓을 수밖에 없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시장에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투자와 소비 심리가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페이스북에 “우리 경제의 회복력에 자신감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적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경제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국민들로부터 지적을 받을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경제를 나쁘게만 평가하면 막 살아나는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경제를 잘 이끌어 왔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목적도 있다. 현 정부가 경제 부문에서 실책을 거듭했다는 생각이 유권자들에게 각인되는 순간 대선 레이스가 험로가 돼 버린다. 그래서인지 정부 부처 수장들과 기관장들은 유독 최근 들어 정부 정책을 알리는 인터뷰나 기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책 성과를 홍보하라는 BH(청와대)의 압박이 심하다”는 뒷말도 들린다.

정부가 경제 정책 성과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제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더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 의사가 외부 지표만 보고 “체온은 정상”이라며 환자를 안심시킬 동안 환자의 속병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아프다’는 환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다양한 정밀 검사를 하고 처방전을 제대로 내야 한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에는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일자리, 부동산, 분배 등 산적한 경제 과제에 실정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이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정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경제가 정말 나아지면 경제라는 토양에 잔뿌리를 내리고 매일 치열하게 밥벌이를 하는 국민들이 가장 먼저 안다. 정부가 굳이 정책 홍보에 공을 들일 필요도 없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
#지표#경제 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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