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삼성 세계 1위”…그 약속 누가 지키나[광화문에서/김현수]

김현수기자 입력 2021-04-16 03:00수정 2021-04-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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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 차장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9년 4월 30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시스템 반도체 선포식이 열렸다.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하겠다고 삼성과 정부가 한자리에서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님께서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구체적 이름까지 말씀하시며 ‘종합 반도체 강국’의 비전을 제시하실 때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며 세계 1위를 다짐했다. 삼성은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33조 원 투자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삼성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2년 후, 세계 1위 약속은 현실이 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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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내부에서는 ‘안갯속’이라는 우려가 더 큰 듯하다.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2년 전 세계 1위를 다짐했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9년 1분기(1∼3월) TSMC(48%)와 삼성(19%)의 격차는 29%포인트였다. 올해 1분기는 어떨까. TSMC가 56%로 시장 과반을 장악하며 도약했지만 삼성은 18%로 줄어들어 양 사의 격차는 3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첨단 사양의 반도체 수요가 TSMC에 쏠린 탓이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TSMC와의 격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장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캐파(생산능력),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첨단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다”고 했다. 삼성이 부족한 생산능력 면에서 TSMC는 3년간 113조 원 투자를 발표하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삼성의 의사결정은 지연되고 있다는 평이 반도체 업계에서 나온다.

게다가 과거 미중 무역갈등은 이제 기술 전쟁으로 진화했다. 삼성은 좋든 싫든 ‘기술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됐다. 한 전자기업 관계자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투자 청구서는 엄청난 지원책도 있어 오히려 괜찮다.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가 나올까 봐 두려운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한국 주요 기업의 2대 매출 지역이다.

시장이 요동치는 사이 삼성은 1위 비전만 보고 달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2년 전 ‘확실한 1위’를 다짐한 이 부회장은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최근 삼성 하면 떠오르는 말은 ‘세계 최초’ ‘초일류’보단 ‘수사’ ‘재판’ 같은 단어일 것 같다.

‘10년 동안 133조 원 투자’ 같은 결정은 한국 기업 경영 구조상 전문경영인이 내리기 어렵다. 2년 전 결정보다 더 과감해야 할지, 투자 방향을 틀어야 할지 등의 의사결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삼성의 고민이다. 투자 약속은 어떻게든 지켜지겠지만 세계 1위 약속은 누가 지키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삼성전자#시스템 반도체#메모리#종합 반도체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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