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공시가 현실화 반발 커지는데 납득 못할 변명만 하는 정부

이새샘 산업2부 기자 입력 2021-04-05 03:00수정 2021-04-05 03:5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새샘 산업2부 기자
부동산 공시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와 서울 서초구에 이어 세종시까지 정부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이견을 제기하고 나섰다. 공시가격을 올려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위헌소송 절차가 시작되는 등 곳곳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이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2019년부터다. 정부는 당시 2018년 공시가격을 분석했더니 주택 유형별, 가격대별로 시세 반영률이 들쑥날쑥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니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끌어올려 이를 맞추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공시가격이 시장가치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원칙이다. 공시가격은 해당 부동산의 가치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가격 그 자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989년 공시지가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부터 정책 목표 중에는 지가 안정이 있었다. 세율 대신 정부 권한인 공시가격을 조절해 조세 부담 등을 조정하는 관행이 있었다. 객관성만을 최우선시하기에는 태생부터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된 문제를 고치는 것이니 혼란과 반발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공시가격 관련 논란은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주요기사
우선 공시가 현실화를 추진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공개하고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공시가격을 산정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미 2019, 2020년 공시가격을 대폭 높였지만 별다른 추진 근거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 현실화율 목표치의 적절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목표치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개별 주택의 산정 근거도 올해 들어서야 공개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잇달아 반발이 나오는 것은 불만이 누적된 영향도 크다.

공시가격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공시가격은 조세, 행정, 복지제도 등 60여 가지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공시가격이 오르면 총세수는 얼마나 늘어나는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수나 건강보험료 납부액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추계해 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지난해 나온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연구보고서에도 관련 전망치는 없었다. 공시가격 제도를 정말로 개선할 생각이었다면 가격만 올리는 게 아니라 이와 연동되는 제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먼저 살폈어야 한다.

정부는 공시가격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는 주택은 극히 일부라거나 대다수 주택은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는 논리로 방어해 왔다. 납득하기 힘든 변명만으로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일부든 다수든 불합리하게 피해를 입는 국민이 있다면 그 제도가 적절하게 운영되는지 살피는 것이 정부의 의무다. 원칙을 세우기 위해 시작된 공시가격 제도 개편이 오히려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새샘 산업2부 기자 iamsa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공시가#현실화#반발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