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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한은과 금융위의 ‘밥그릇 싸움’[현장에서/박희창]

입력 2021-02-22 03:00업데이트 2021-02-2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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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에서 첫 번째, 세 번째) 등 경제 수장들. 사진공동취재단
박희창 경제부 기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정면충돌이 3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갈등의 도화선이 된 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두 기관의 갈등은 더 고조되고 있다. 한은이 금융위가 추진하는 개정안에 대해 개인 거래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빅브러더법’이라고 공개 비판하자,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제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러더라고 할 수 있나. 지나친 과장이다. 조금 화가 난다”고 반박했다.

한은은 이틀 만에 재반박에 나섰다. 21일 한은 고위 관계자는 “개인 정보의 강제 수집, 조사권이라는 개정안 핵심과 관계없는 통신사 통화 정보를 예로 든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통신사 통화 기록도 개정안처럼 강제적으로 한곳에 모아놓고 정부가 들여다본다면 빅브러더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은은 “금융위가 자료 제출을 명령하거나 직접 검사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결제원에 수집된 빅테크 기업의 거래 정보에 대해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기관이 평행선을 달리는 지점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에서 이뤄지는 거래 내용들을 금융결제원 시스템을 거치게 한 개정안의 내용이다. 한은은 이주열 총재까지 나서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친다”며 반대했다. 금융위가 꿈쩍도 하지 않자 국내 법무법인 2곳에 법률 검토까지 의뢰하고 ‘빅브러더법’ 의혹을 제기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결제원에 거래 정보를 제공할 때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법률의 적용을 면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설전에 금융업계의 눈길은 싸늘하다. 논란의 이면에는 지급결제 권한과 금융결제원을 둘러싼 두 기관의 업무 영역 다툼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두 기관의 순수성이 의심스럽다”는 말들이 나온다. 3개월은 두 기관이 전자금융거래 이용자의 관점에서 견해차를 좁혀갔다면 합의점을 찾아내고도 남을 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안정에 역점을 둬야 할 두 기관이 서민들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는 비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질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말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양 기관의 갈등으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해 상당히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 총재와 은 위원장은 18일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약 30분 동안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수장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암운이 드리우던 2008년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통화정책을 두고 충돌했다.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음식점 등에서 만남을 가지며 확전을 피했다. 당시 부총재보였던 이 총재도 그때를 기억할 것이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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