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6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회의가 열리는 의회에 난입해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무장 대치 과정에서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고 총격 사망자를 포함해 4명이 숨졌다.
독립선언 이후 245년간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해온 전당이었던 의사당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모습은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됐다. 안정된 삼권분립의 전통,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문화로 특징지어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존중해 마지않아온 수많은 세계인들에게 충격 그 자체인 장면이었다. “바나나공화국(비민주적인 후진국가)에서나 있을 일”이라는 소회는 비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만이 느꼈던 것은 아닐 터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정치에서 시작됐다. 그는 시위 현장에 나가 “대선 사기” 주장을 되풀이했고, 의회에 난입한 시위대를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식 불복 정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분열과 반목의 정치로부터 자양분을 흡수하면서 파괴력을 키워왔다. 그는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뿌리를 부정하며 이민자, 인종 간 갈등을 부추기면서 지난 집권 4년 동안 끊임없이 분열을 조장하고, 저학력 저소득 백인 남성 등 핵심 지지층만 쳐다보는 정치를 했다.
트럼프식 정치는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국가와 극우 포퓰리즘 지도자가 득세하는 데도 심대한 영향을 줬다. 서방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부끄러운 장면”이라고 혀를 찬 것도 트럼프식 극단주의가 자국에 전염될까 우려하는 경계의 목소리로 들린다.
이번 사태로 인한 혼란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식 선거 불복으로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선동 행위는 계속될 수 없다. 민주주의는 늘 시끄럽고 혼란스럽지만 그때마다 보다 새롭고 보다 건강하게 복원됐다. 그게 미국 민주주의의 역사였다. 이를 입증하듯 난동 사태 이후 몇 시간 만에 미 의회는 회의를 다시 열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다. 민주주의 시스템의 견고함을 보여준 것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회의를 속개하며 “폭력은 이긴 적이 없다. 자유가 이긴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결과에 반대하지만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미국인 과반수가 미국의 정신과 가치의 복원을 약속한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했다. 공화당 텃밭이던 조지아주가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에 상원의원 2석을 몰아준 것도 그에게 치유와 통합의 힘을 실어주겠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미국 정치의 혼돈은 화해와 상생보다 분열과 극단, 혐오가 난무하는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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