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전문가 기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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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4명이다. 2018년 1명 이하(0.97명)로 떨어진 뒤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간 다양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새로운 전환이 요구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듯하다. 양육자 중심에서 당사자인 아동 중심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영아기 아동 및 부모 지원에 역량을 집중한 점이 특징이다. 영아기 부모의 자녀 돌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유급 육아휴직 확대, 생애 초기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한 영아수당과 첫 만남 꾸러미 같은 현금성 급여의 도입, 시간제 보육서비스 및 아이돌봄 서비스 영아 지원 확대 등은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사실 아동의 발달 및 성장과 관련해 학계에서는 생애 초기인 영유아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많은 국가가 오래전부터 영유아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정책 개발에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은 영유아기에 이뤄진 조기 투자가 개인의 인적자본 향상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영유아에 대한 조기 개입 정책의 효과가 학령기 인지 및 학업 성취뿐 아니라 청년기 고용이나 소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 보여주는 연구도 많다.

경제학 분야의 ‘생애 초기 가설’ 관련 연구는 어릴 때 빈곤과 질병 기근 지진 등 부정적 경험이 성인기의 건강이나 인적자본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생애 초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아동 초기교육 및 돌봄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보육·교육서비스, 돌봄 휴가, 현금 지원 등의 정책에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하려면 보다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영아기는 시간과 서비스, 현금 지원 정책의 상호보완이 이뤄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아동발달 측면에서 영아기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맞벌이 가정의 경우 돌봄을 위한 휴가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시간 지원과 이로 인한 소득 상실을 보전해주는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

현금 지원은 보육과 같은 돌봄서비스를 위축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제 보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돌봄이 가족의 책임으로 강화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회화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야 할 것이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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