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립 훼손 논란 부른 朴의장의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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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그제 범여권 성향 의원들을 끌어들여 야당의 합법적 의사방해 전술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결하고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3대 권력기관 개편 입법을 마무리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국회 표결에 의해 필리버스터가 끝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의 입법 폭주는 그동안 우리가 힘겹게 지키고 쌓아올린 민주적 가치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에 참여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기명 투표여서 박 의장의 투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야당은 박 의장 본인이 직접 투표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필리버스터를 끝내려는 범여권 의원들이 주도한 투표에 박 의장이 참여했으니 사실상 필리버스터 중단 찬성 아니냐는 것이다. 여당은 당초 범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 등을 포함해 찬성 182표로 예상했지만 의결정족수(재적의원 5분의 3)인 180표를 겨우 맞췄다.

국회법에서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취지는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초당적으로 임하라는 것이다. 국회의장의 본회의 표결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국회법상 소수 야당의 의견 개진을 위해 보장된 필리버스터 봉쇄 표결에 박 의장이 직접 참여해 중립성 논란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정의당마저 ‘정당의 소수의견 표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범여권 의원들이 주도한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에 불참했겠는가.

여당은 압도적 의석을 만들어준 4·15 국회의원 총선 민심을 ‘여당 하고 싶은 대로 다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듯하다. 그러나 거여(巨與)의 탄생은 중도 세력까지 표를 몰아준 결과이다. 여기에는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통해 반대편 주장까지 포용하는 성숙한 정치를 하라는 민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
#거여 입법 폭주#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박병석 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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