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속에 한국 벤처 성공의 길이 있다[동아시론/이장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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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위기 딛고 ‘퍼스트 무버’ 된 K팝
불확실성 뛰어들어 새 가치 만드는 저력 입증
4차 산업혁명 꽃피우는 지금이 신생기업엔 기회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BTS를 필두로 슈퍼M, 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 그룹들이 빌보드 각종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경이로운 K팝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음악이나 화려한 군무 등 외형적 요인보다는 음악 산업에서의 혁신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실제로 1호 K팝 아이돌 그룹 H.O.T.를 만들어낸 SM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코스닥 등록에 성공한 벤처기업이었다.

K팝의 성공 요인은 혁신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미래를 짊어질 신생 벤처나 젊은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요인은 기존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K팝은 기존의 ‘듣는’ 음악 대신 ‘보는’ 음악을 추구했으며 음원으로 음악을 판매하는 것에서 탈피해 아이돌 자체를 핵심 상품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음악이라는 문화예술 영역에 한정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결합했다. 그 결과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의 전 과정을 통합하는 신(新)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다양한 아이돌 그룹을 체계적으로 생산해 다각적으로 수익원을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틈새시장을 꾸준히 공략했다.

두 번째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K팝은 결코 국내의 안정적 수요 기반 위에서 해외로 나간 것이 아니다. 디지털 다운로드와 불법 복제로 인해 모든 음악 관련 기업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렸을 때 그것을 기회로 반전시킴으로써 성공했다. 혁신 이론에 의하면 시장에서 위기가 조성되어 상황을 바꿔야만 할 때 기술 습득과 신지식 창조가 급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했다는 점이다. K팝이란 용어가 2000년대 초부터 해외에서 만들어져 사용되다가 2006년 무렵 국내에 역수입되었을 정도로 처음부터 해외 시장이 타깃이었다. 국내 대중음악이 수천억 원의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면 K팝이 목표하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과 영미권의 해외 잠재 시장은 음악과 관련된 파생 소비재 시장을 포함할 때 그보다 수백 배가 더 크다.

마지막으로 퍼스트 무버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극한적 불확실성에 맞섰다는 점이다. 위험은 미래 발생할 ‘경우의 수’에 대해 어느 정도 확률적으로 예측 가능한 상태를 말하지만 불확실성이란 그것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퍼스트 무버는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혁신을 일구어내는 경영을 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추격자 전략에서 탈피한 퍼스트 무버들이 혁신을 이끌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 질서와 전통을 잘 따르지 않고 남의 길을 따라가려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한다. 그리고 그 일을 ‘될 때까지’ 함으로써 마침내 세상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다.

위의 네 가지 성공 요인들은 신생 벤처기업들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혁신의 본질은 업종에 상관없이 같기 때문이다. 특히 신생 벤처와 창업자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려면 혁신가로서의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특정 아이디어를 실현시킴으로써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때 혁신가는 비전과 열정으로 이것을 성취해 내는 주체다. K팝의 성공도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기술(IT)이 그랬듯이 혁신가의 비전과 열정으로 성취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걱정하지만 혁신가로서 창업자들은 지금이 기회를 포착할 때다. 마침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K팝과 같은 콘텐츠와 활발히 융합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이 열리고 있다. 청각과 시각으로 음악을 즐기는 한계를 넘어,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의 경계가 없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세상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우리 문화 콘텐츠 산업이 2018년 전체 핵심 수출품목 순위에서 가전 산업을 앞지르고 13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20년 전 음악의 디지털화는 국내 음반 시장 붕괴라는 위기를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K팝이라는 놀라운 혁신 성과를 일구어내는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도 혁신 창업가들의 열정과 도전에 의해 또 다른 반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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