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 권력-포털 관계 어떠하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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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그제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의 뉴스 배치에 불만을 품고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하라”는 문자를 보좌진에 보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주호영 대표의 국회 연설 도중 “주호영 연설은 다음 메인에 반영된다”는 보좌진의 메시지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언론에 대한 갑질이자 포털 장악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윤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날) 민주당 이낙연 대표 연설은 메인 페이지에 뜨지 않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표현한 것”이라며 “의견을 전달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어제는 페이스북을 통해 “송구하다”면서 “제가 묻고자 했던 것은 뉴스 편집 알고리즘의 객관성과 공정성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포털 규제 법안을 다루는 과방위 소속이다. ‘의원실로 들어오라’고 호출할 수 있는 ‘갑’의 항의를 단순한 ‘의견 전달’로 받아들일 사업자가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윤 의원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이다. 이 정권의 미디어 담당 실세들과 포털 사이에 상시적으로 호출해 압박할 수 있는 ‘갑을’ 또는 ‘협력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은 아닌지, ‘권력의 미디어 통제’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번 파문은 ‘뉴스 편집은 100% AI(인공지능)가 한다’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중립성 주장과는 달리 포털 뉴스 편집이 권력의 ‘의견 전달’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소지가 있는 영역임을 방증한다. 네이버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논란이 되자 2018년 다음에 이어 AI 기반의 뉴스 편집을 선보였다. 그러나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그제 페이스북에 “AI는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설계한 대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포털은 법적으로 언론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포털에서 뉴스를 이용한다. 포털이 중립성·객관성을 유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언론사에 준하는 책임을 부과하는 등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윤영찬 의원#다음 뉴스 배치#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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