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대차 3법, 속도조절 안 하면 전월세대란 초래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9일 00시 00분


코멘트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이 뚜렷해지면서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해 징벌적 과세안을 마련하는 한편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을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시켜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는 게 여당 방침이다.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법안들을 세입자 보호란 명분과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부작용을 우려해 우선 전월세신고제만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던 국토교통부도 여당 기세에 밀려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계약 30일 안에 지자체에 신고토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 때 이전 계약액의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요구하면 집주인이 한 차례 이상 계약갱신을 받아줘야 하는 게 핵심이다. ‘2+2년’ ‘3+3+3년’ 등 여러 안이 있는데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세입자에게 결격 사유가 없으면 집주인이 무한정 계약 연장을 받아주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집주인의 무리한 임대료 인상 요구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수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세입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들 법안은 적잖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집주인들이 인상폭 5% 제한과 길어질 임대 의무기간을 감안해 제도 시행 전에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 할 수 있다.

최근 저금리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고, 내년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올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도입되면 전세 매물 부족으로 극심한 전월세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대 의무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1989, 1990년에 전셋값은 23.7%, 16.2%나 폭등한 바 있다.

여당이 시장의 작동원리를 무시하고 세입자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는 법안 통과를 향해 폭주하고 있지만 ‘부동산 쇼크’에 빠진 정부는 정책 우선순위와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마비된 듯한 분위기다. 실패의 책임을 질 때 지더라도 행정부가 시장의 파국을 막기 위해 정책 조율에 나서야 한다.
#임대차 3법#6·17 부동산 대책#더불어민주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